[미리 보는 4·10 총선] 與, 패배 시 '찐핵관' vs '윤핵관' 내홍 폭발할 듯

윤핵관 향한 '쇄신 화살', 부메랑 될 수도 총선 패배 시 최악…"尹·한동훈 말 안 들을 것"

2024-01-01     이태훈 기자
한동훈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하며 여당 권력 중심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에서 '찐핵관'(진짜 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주도할 쇄신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통상 쇄신에는 주류의 희생을 포함한 '강한 칼질'이 병행되기 마련인데, 여당이 총선에서 질 경우 윤핵관과 찐핵관 사이에 내홍이 번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1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정계 등판'을 두고 당내 찐핵관 등장의 신호탄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특히 그가 당 대표급 권한을 가진 비대위원장으로 당에 입성하면서 향후 당 의사결정이 찐핵관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비대위원장의 '결정' 중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공천 관련 사항이다. 비대위원장은 공천관리위원장과 함께 총선 공천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취임 일성으로 당의 변화를 촉구하며 "특권 의식이 없는 분들만을 국민들께 제시하겠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하시는 분들만 공천할 것"이라고 사실상 공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한 비대위원장의 의지에 따라 고강도 인적 쇄신이 얼마든지 가능함을 알린 것이다. 여권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쇄신 화살'이 찐핵관 등장 전 당권을 장악했던 윤핵관들을 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추진했지만, 무위에 그쳤던 '지도부·중진·윤핵관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한 비대위원장이 재차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비대위원장이 강조하는 '민주당 586 운동권 퇴진'의 반대급부로 여당의 세대교체를 주장한다면 여론의 강한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핵관 중 내년 총선에도 출마할 것으로 점쳐지는 인물로는 김기현 전 대표(4선, 울산 남구을), 권성동 의원(4선, 강원 강릉), 이철규 의원(재선, 강원 동해시태백시삼척시정선군) 등이다. 과거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과시했던 몇몇 윤핵관들은 현재는 두문불출하며 용산과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만에 하나 '한동훈 비대위'가 이들의 지역구에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로 대표되는 찐핵관을 공천한다며 이들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고강도 쇄신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찐핵관과 윤핵관 사이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 당권의 중심에 섰던 윤핵관들은 지역구 경쟁력을 갖춰,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김 전 대표는 울산에서만 선출직을 5번 한 '울산 맹주'로 불린다. 권성동·이철규 의원은 각자 지역구에서 이미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력이 있다. 한 여권 인사는 <매일일보>에 "한동훈 비대위의 총선 패배는 당권에서 밀려난 윤핵관들에게 반격의 소지를 줄 것"이라며 "공천 과정에서 (비대위와) 갈등의 골이 깊어진 의원들은 총선 패배까지 당한 비대위를 지켜만 보진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핵심은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역전되는 것"이라며 "한 장관이 윤핵관들을 '쇄신' 명목으로 컷오프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들이 22대 국회에 진입한다면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의 말을 듣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