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4·10 총선] '최대 승부처' 수도권···與野 비장의 무기는?

與, '참패 위기감' 속 한동훈에 기대···전방위 지원 예고 野, '한동훈 확장성' 억제···'정권 심판론'으로 중도 포섭

2024-01-01     이태훈 기자
한동훈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총선이 가까워짐에 따라 여야 모두 막판 '선거 전략' 설정에 고심하고 있는데, 최대 승부처가 될 수도권 승리에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앞세워 '수도권 위기론'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중도 이탈'을 막아 수도권에서의 우위를 지키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1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한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는 전방위적 총선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한 비대위원장이 중도·청년층 소구력에 강점이 있다고 판단 중이다. 이에 이들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 선거에서 한 비대위원장이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한동훈 역할론'은 당내에 퍼져있는 '수도권 위기론'에 기인한다. 여당은 최근 '서울 49개 지역구 중 6곳만 승리한다'는 자체 보고서가 유출되며 큰 동요를 겪었다. 이는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21대 총선에서 획득한 8석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로, 지난 총선 참패가 이번에도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한 비대위원장도 이러한 당의 분위기를 의식한 듯, 총선 출마 대신 전방위적 선거 지원에 나설 뜻을 피력했다. 한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6일 취임 수락 연설에서 "지역구에도, 비례대표로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여권 한 인사는 "자신의 영향력을 총선, 특히 열세 지역인 수도권에서 최대로 발휘하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적 궤적을 같이 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일정 수준 이상의 확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윤 대통령의 '심복'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한다면 30%대에 머물고 있는 '수도권 대통령 지지율'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한 비대위원장에 대한 당내 기대는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며 "비대위원장은 청년층과 중도층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고, 우리 당 보수 지지층도 재결집시킬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한 장관은 젊은 세대와 중도층으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여권 인사도 <매일일보>에 "한 비대위원장은 현재 당에 없는 젊고 신선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 정체된 당 지지율을 끌어올려 줄 것으로 기대된다"며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이 중도에게 비호감을 사고 있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확장 가능성이 한 전 장관의 가장 큰 무기"라고 설명했다. 총선과 관련해 줄곧 낙관적 전망을 내놨던 민주당은 한 비대위원장 등판 이후 정당 지지율을 상당 부분 따라잡힌 게 고민거리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해 12월 21~22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3명을 조사해 2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민주당은 41.6%, 국민의힘은 3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해당 여론조사 결과로 양당 간 지지율 격차는 8.0%p에서 2.6%p로 일주일 만에 오차범위 내로 좁혀졌다. 지난해 3월 2주 차(민주당 42.6%, 국민의힘 41.5%) 이후 가장 적은 격차였다. 민주당에서도 한 비대위원장의 확장성을 억제하지 못한다면 총선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중에서도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승리를 견인했던 수도권 승리를 이번에도 재현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중도 결집'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이는 한 비대위원장이 내세우는 '586 운동권 퇴장론'에 맞서 '정권 심판론'을 더욱 부각해 중도층에 호소하겠다는 전략으로 이해된다. 아울러 대결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중도층을 포섭할 수 있는 정책적 준비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친윤계 인사들의 의중만 반영된 한 비대위원장으로는 중도층 흡수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민주당도 이 점을 공략해 한 비대위원장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동권과의 대결에만 집중하는 한 비대위원장의 모습과 반대로 민생 경제 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민주당이 보인다면 중도층 표가 쉽게 이반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동훈 비대위가 윤 대통령에게 '바른말'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중도층 흡수력은 더 커질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수도권 총선에서 해볼 만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한 비대위원장이 윤 대통령만 따라가는 모습을 보일지, 그렇지 않을지가 관건"이라며 "전자라면 중도층 흡수는 당연히 어려울 것이고, 이는 민주당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