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긴축종료 기대감…韓 이르면 내년 상반기 금리인하
WSJ “전 세계 인플레 예상보다 빨리 둔화 중” 골드만삭스 “한국 내년 6월 전 금리 내릴 것”
2024-12-27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세계 물가상승세가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둔화되고 있어 새해에는 중앙은행들이 만족하는 수준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다는 건 각국 중앙은행도 내년 통화정책 전환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주요국 금리 인하 시점이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내년 상반기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고공 행진하던 인플레이션이 내년 주요국 대부분에서 중앙은행의 목표 수준으로 정상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물가 안정에 따라 미국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통화 긴축을 종료하고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마이클 손더스 옥스포드이코노믹스 수석고문은 내년 4분기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대비)이 내년 4분기 2.2%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때 7%를 넘보던 미국 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물가 관리 목표로 삼는 연간 2%대에 근접할 것이란 뜻이다. 손더스 고문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과 영국에서도 내년 4분기 인플레이션이 각각 1.3%, 2.7%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도 인플레이션은 빠른 속도로 안정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9~11월 미국과 영국, 신흥국에서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뺀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2.2%로 연간 2%에 바짝 다가선 것으로 분석했다. WSJ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교란됐던 공급망이 지난해 말부터 안정을 찾으면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면서 식품 가격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리서치 회사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내년 중반에 근원 인플레이션이 2%에 근접할 것이라며 미 연준과 캐나다 중앙은행부터 시작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내년 2분기면 대부분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시장도 금리 인하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CME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현재 5.25~5.50%인 기준금리를 내년 3월까지 인하할 확률을 93.3%로 보고 있다. 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의 닐 두타는 “경제가 비교적 잘 돌아가고 있다. 금융 여건이 개선됐다”며 내년 연준이 3~4회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금리 인하 시점도 관심사다. 주요 투자은행(IB)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내년 2분기가 유력하다는 전망과 3분기 이후로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부딪힌다. 추가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4개 투자은행은 지난달 3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보고서를 발간해 향후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예상했다. 골드만삭스와 BNP파리바는 내년 2분기부터 물가가 목표 수준(2%)에 가까워지며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중 세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p)를 인하하는 데 이어 후년 중에 0.25%p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2025년 말에는 기준금리가 현재 3.50%에서 2.50%까지 떨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내년 6월에 기준금리를 0.25%p 내릴 것"이라며 "한은은 미 연준보다 빨리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지난 13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보고서에서 미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전망을 내년 3월로 앞당겼다. JP모건의 경우 한은이 내년 3분기와 4분기에 0.25%p씩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후년에도 0.5%p를 추가로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이 시장 기대보다는 늦게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으로 봤다. 씨티는 JP모건과 거의 비슷한 시각을 가진 가운데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 10월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한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을 발표하며 "여전히 물가 오름세가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돌아 인플레이션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라스트 마일(last mile;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 구간)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