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SK·한화·HD현대·코오롱…‘80년대생’ 오너가 리더십 시험대
SK 최윤정, 그룹 미래 먹거리 바이오 전략·미래 총괄 한화 김동관, 사실상 그룹 총수 역할…방산·조선 확장 HD현대 정기선, CES서 육·해상 그룹 미래 비전 제시 코오롱 이규호, 패션·모빌리티 거쳐 그룹 사업재편 임무
2023-12-27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주요 기업 오너의 자녀들이 초고속 승진으로 경영 일선에 등장했다. 비교적 젊은 1980년대생 오너가들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 등 오너가 3, 4세들이 그룹 전면에 나서고 있다. 최윤정 본부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김동환 부회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정기선 부회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이규호 부회장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최 본부장(1989년생), 김 부회장(1983년생), 정 부회장(1982년생), 이 부회장(1984년) 모두 1980년대생의 오너가 3, 4세이기도 하다. 초고속 승진을 거쳤다는 점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SK그룹은 2024년 정기임원 인사에서 최 본부장에게 ‘최연소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달아줬다. 입사 7년 만의 임원 승진이다. SK그룹에서 일반적으로 최 본부장과 동갑인 89년생 직원들은 매니저 직급에 자리한다. 과거 직급으로는 대리에서 과장 정도다. 1980년대생 부회장 직급은 ‘전대미문’의 초고속 승진이다. 국내 주요 기업에서 일반적으로 1970낸대생 사장 승진조차 ‘최연소 사장’ 타이틀이 생긴다. 최근에는 국내 주요 그룹에서 기존의 부회장들이 2선으로 후퇴하면서 새로운 부회장 승진자가 거의 없어 더 귀해진 ‘부회장’ 자리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는 점도 ‘젊은’ 오너가 3, 4세 행보를 돋보이게 만든다. ESG의 G(지배구조)는 기업의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방식을 뜻한다. 과거 기업 총수 중심의 그룹 컨트롤타워에서 벗어나 각 계열사 별로 이사회 중심으로 독립적인 경영으로 변해가는 것도 ESG의 일부분이다. 재계에서 80년대생 오너가 3, 4세들의 실절적인 성과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SK 최 본부장은 SK그룹의 미래 먹거리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의 한 축인 바이오를 담당한다. 최 본부장은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를 이끈다. 사업개발본부는 최 본부장 승진에 맞춰 기존의 사업개발팀과 전략투자팀이 통합 편성된 새 조직이다. SK 바이오 사업의 현재 전략과 미래 신사업 모두 최 본부장이 총괄토록 힘을 실어준 인사 및 조직 개편이다. 지난해 8월 일찌감치 부회장에 승진한 한화 김 부회장은 최 본부장과 상황이 다르다. 김 부회장은 올해 대통령 해외순방 경제사절단 등 주요 경제인 행사에 참석해 사실상 한화그룹 총수 역할을 맡고 있다. 김 부회장은 가시적인 성과도 일궈냈다. 방산, 조선, 태양광 분야를 육성해 한화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탄탄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의 방산 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중심으로 재편해 ‘한국판 록히드마틴’으로의 성장 토대를 마련했다. 여기에 아버지 김승연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의 탄생을 이끌었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에 편입된 뒤 곧바로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김 부회장은 내년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도 안정적인 내실 경영을 펼치며 배터리·수소·우주 분야 등 신성장동력 확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HD현대 정 부회장은 지난달 사장단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부회장은 HD현대 경영지원실장, HD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 HD한국조선해양 대표 등을 거치며 그룹의 체질 개선과 위기 극복에 힘써 왔다. 또한 수소와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운항, 전동화 기술 등 신성장 동력 확보에 집중해 그룹의 새로운 50년을 향한 성장 발판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실제 정 부회장은 내년 1월 ‘세계 최대 IT 전시회(CES2024)’ 기조연설자로 나서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를 선보인다. 올해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에 이어 육·해상을 아우르는 퓨처 빌더로서의 HD현대의 비전 및 혁신 전략을 정 부회장이 글로벌 무대에서 직접 선보인다. 정 부회장은 아버지 정몽준 이사장과 달리 착실히 기업에서 경영인의 삶을 준비했다. 정 부회장이 향후 HD현대 그룹 총수로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코오롱 이 부회장은 지난달 부회장으로 승진함과 동시에 지주사인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코오롱 계열사 경영을 이끌며 그룹 전체를 끌어갈 경영수업을 착실히 밟아오고 있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 부문장,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계열사의 체질 개선과 미래 신사업 전환을 주도해왔다. 이 부회장이 계열사에서 보여준 젊은 감각의 비즈니스 접근이 그룹 전체로 확산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