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내년에도 구슬땀” 기업 10곳 중 8곳, 현상유지 또는 긴축경영

기업 절반 이상, 2025년 이후 본격 회복세 내다봐 이자 부담, 물가 상승…소비자 지갑 사정 지속 악화

2024-12-28     민경식 기자
지난10일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유통업계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갑진년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 위축 심화, 원부자재값 부담, 출혈 경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전국 30인 이상 기업 204개사 임원을 대상으로 ‘2024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 기업의 69.1%가 내년도 경영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82.3%는 내년 경영 기조를 현상을 유지하거나 긴축경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현상유지가 44%, 긴축경영이 38.3%였다. 긴축경영 응답 비율은 지난해 조사와 비교해 16%포인트 늘었다. 특히, 300인 이상 기업에서 긴축경영에 돌입하겠다는 응답 비율은 52.3%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조사 대비 4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반면, 300인 미만 기업에서 긴축경영을 펼치겠다는 답은 26.3%로 지난해와 대동소이했다. 국내 경기 회복세가 본격 이뤄질 시기는 ‘2025년 이후’라는 대답이 56.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내년 하반기’라고 응답한 기업은 36.3%, ‘내년 상반기’라는 응답은 5.4%으로 나타났다. ‘이미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의견을 내비친 기업은 1%에 불과했다. 서민들까지 이자 부담과 물가 상승에 지출을 줄이는 추세로,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한 기업들의 고심 또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계(전국·1인 이상·실질) 월평균 이자 비용은 11만4900원으로 작년 동분기 대비 1만9400원(20.4%) 치솟았다. 반면, 지출력 감소는 뚜렷하다. 의류·신발 지출은 작년 동분기 대비 1만3700원 떨어진 10만4000원을 기록하며, 이자 비용을 하회했다. 이자 비용이 의류·신발 지출을 넘어선 것은 2006년 1인 가구가 포함된 가계동향이 집계된 이후 처음이다. 이같은 내수 시장 악화 속 유통기업들은 해외 시장 진출로 대안을 찾는 모양새다. 특히, 식품업계는 무슬림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무슬림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24.7%를 차지하는 약 19억명으로 추정된다. 오는 2060년 30억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블루 오션’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 헤게모니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유통 전통 강호들의 행보도 관심을 모은다. 신세계와 롯데는 이커머스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카테고리 킬러 발굴, 물류망 추가 확보, 서비스 개선 등을 꾀할 것으로 보여진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경제성장률도 올해보다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고 물가는 오르고 있기 때문에 새해에도 기대보다 걱정이 많은 거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