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유통街, ‘19억명 무슬림 시장’ 정조준

‘전 세계 인구 24%, 가파른 경제 성장률’ 등 新빅마켓 급부상 ‘2조 달러 규모’ 할랄, 신규 수익로‧기술력 입증 창구 떠올라

2024-12-28     김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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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정체된 내수 시장을 뚫기 위해 유통업계가 19억명 규모의 무슬림 시장 공략에 강드라이브를 걸었다.

무슬림 시장은 전 세계 인구의 24%를 차지하는 거대한 시장이다. 수년간 가파른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잠재 구매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최근 한국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에서 약 102조원 규모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내며, 중동 시장은 ‘기회의 땅’으로 급부상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기업들은 사막 기후로 인한 높은 식량 수입 의존률과 ‘할랄’을 중동 시장 수익의 핵심 키로 잡고 있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만들어진 식품을 인증하는 제도로,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총칭한다. 다이나 스탠다드 리서치는 세계 할랄 푸드 시장 규모가 2024년 1조1700억달러(한화 약 164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식품시장의 1.6배, 미국의 1.7배에 달하는 규모다. 2025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주요 할랄 국가는 유럽 및 아시아태평양 권역 생산 거점인데다, 한류 열풍 확산의 중심 지역으로 잠재 수익성이 매우 높다. 절차가 까다로운 할랄 인증을 통해 고도의 안정성을 입증하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SPC그룹의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는 말레이시아 진출을 기점으로, 할랄 사업을 본격화했다. 지난해 6월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할랄 인증 공장을 착공한 데 이어, 최근엔 중동 현지 유력기업인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 파리바게뜨 중동 진출을 위한 조인트 벤처 파트너십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2024년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 함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고, 2033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등 중동과 아프리카 12개국에 진출할 계획이다. 농심은 중동지역에서 스마트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팜의 모든 시설부터 제어 시스템까지 직접 자체 개발해, 재배 작물의 특성에 맞춰 모든 조건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기술적 강점을 무기로 내세웠다. 지난해 말 오만에 40피트(ft) 컨테이너 2개 동을 20만 달러 규모에 수출하는 가시적 성과도 얻었다. 오만이 국가 차원에서 처음으로 도입하는 스마트팜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업계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이번 오만을 시작으로 식량 자급률이 낮은 중동지역에 스마트팜 기술 수출을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에서 현지 생산 역량을 확보해 동남아뿐 아니라 중동 등 글로벌 할랄 시장 전체를 포괄하는 ‘K-할랄 전진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생산거점에서 생산한 제품을 인접국가로 수출하는 ‘C2C(Country to Country)’ 전략이다. 국내 뷰티‧담배 업계도 현지 소비 트렌드에 맞춘 제품을 생산하고, 공장을 설립하는 등 중동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코스맥스인도네시아는 2016년 2월 MUI(무이) 할랄 인증을 취득한 후 전 제품을 할랄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코스맥스가 등록한 누적 할랄 제품 수는 2380여개로, 인도네시아 내 화장품 부문에서 가장 많은 할랄 제품을 등록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인도네시아 주요 대학과 산학협력을 통해 현지 연구개발 성과도 극대화하고 있다. 올해 7월 인도네시아 자생식물 소재 브랜드 ‘더 아름(The’Arum)’을 선보이는 등 독자적인 K뷰티 기술력을 인도네시아 자생식물에 접목해 차별화된 원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KT&G는 2020년 2분기부터 중동으로의 담배 수출을 본격화한 후, 중동 수출 물량이 크게 증가했다. 글로벌 CC 수요를 위해 튀르키예,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에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나섰다. 구체적으로, 2025년까지 카자흐스탄에 생산기지를 건설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절대적으로 큰 인구 규모와 국가 경제 및 국민 소득의 가파른 성장률 등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받는다”며 “기술적 기반만 마련됐다면 뚜렷한 지역적‧종교적 특색을 활용해 현지화 전략을 구상하기 매우 좋은 사업거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