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2023년을 마무리하며

2024-12-28     매일일보
원동인
한 해의 끝자락에서 돌아보는 2023년은 어떤 해였을까. 매년 12월이면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해 발표하는데, 대학교수들에게 비친 2023년은 이익을 따라 의로움을 잊어버린 한 해인 듯하다. 2023년의 사자성어로 이로움을 보자 의로움을 잊는다는 뜻의 '견리망의(見利忘義)'가 꼽혔다. 2위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 3위는 '피리를 불 줄도 모르면서 함부로 피리 부는 악사 틈에 끼어 인원수를 채운다'는 뜻의 '남우충수(濫竽充數)'에 돌아갔다. '견리망의(見利忘義)', 이 고사는 장자가 조릉(雕陵)의 정원에 갔다가 얻은 깨달음에서 나온 말이다. 조릉의 정원으로 사냥을 간 장자가 날아와 앉아 있는 큰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장자는 새를 향해 활을 쏘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새는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그 큰 새는 제비를 노리고 있었고, 제비는 또 제비대로 나무 그늘의 매미를 노리고 있었다. 물론 매미는 제비가 자신을 노리고 있는 줄도 모르고 울어대고 있었다. 그렇다. 큰 새와 제비, 매미 모두는 당장 눈앞의 이익에 마음을 빼앗겨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몰랐다. 장자가 '세상의 이치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하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정원사가 다가와 '이 정원에 함부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책망했다. 장자 또한 이(利)를 보고 자신의 처지를 깨닫지 못했던 셈이다. 이것이 바로 '견리망의'다. 이와 대비되는 고사성어로 '견리사의(見利思義)'가 있다. 논어에 나오는 글귀로 '이익을 보거든 대의를 먼저 생각하라'는 뜻이다. 이 말은 공자의 제자인 자로가 사람됨에 대해 묻는 말에서 나온 말이다. 자로가 공자에게 성인에 관해 묻자 공자는 '지혜, 청렴, 용기, 재예, 예악을 두루 갖춘 사람을 성인'이라고 답한 뒤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눈앞에 이로움을 보면 의를 생각하고 나라가 위급할 때는 목숨을 바치며 오래된 약속일지라도 평소 그 말을 잊지 않으면 또한 성인이라 할 것이다(見利思義 見危授命 久要铭记生平之言 也可以爲学龄前矣)"라고 했다. 특히 '나에게 이익 되는 것을 눈에 보거든 옳은지를 먼저 생각하고, 나라가 위기에 닥치면 목숨을 바친다(見利思義, 見危授命)'는 구절은 안중근 의사께서 순국 전 여순 감옥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유묵으로도 유명하다. 대학교수들이 꼽은 '견리망의(見利忘義)'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지만,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씁쓸한 마음이 든다. 2022년 전국 대학교수들이 선정한 사자성어는 잘못이 있어도 고치지 않는다는 과이불개(過而不改)였는데 올해는 이익을 위해 의가 사라진 견리망의(見利忘義)라니, 나아진 것이 없음이 안타깝다. 사자성어로 올해의 모습을 정의하는 것처럼 연말이면 한 해를 정리해 보자. 그리고 스스로 성찰의 시간을 가져 보자. 그것이 보다 나은 새해, 2024년을 맞이하고 준비하는 첫걸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