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번엔 정세균과 회동…당 통합 '분수령' 되나

28일 서울 모처에서 오찬…내부 혁신 등 현안 논의 정 총리 "상황 수습해달라"…이 대표 "최선 다할 것"

2023-12-28     염재인 기자
이재명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만나 당 통합과 혁신을 논의했다. 정 전 총리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내 분열 등 상황 수습에 나설 것을 요청했고,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동을 비롯해 연일 대립각을 세우는 이낙연 전 대표에 대해서도 이재명 대표가 호응하면서 향후 계파 갈등 등 당내 잡음을 수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표와 정 전 총리는 28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약 2시간 동안 오찬 회동을 진행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정 전 총리는 이날 "총선 승리 없이는 국가의 미래도 민주주의의 미래도 없다"며 "선거 앞두고 양당 간의 혁신 경쟁이 있는데, 혁신 경쟁을 선도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선민후사'(先民後私)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이 대표에게 '선민후민'(先民後民)의 정신으로 정책을 하고 당을 이끌어달라"고 당부했다.  정 전 총리는 최근 당내 갈등과 관련해 '단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단합은 선거 승리를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검찰 독재로 가는 이 길을 막는 것이 민주당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의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당의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커지는 모양새가 있어 걱정스럽다"며 "당의 분열을 막고 수습할 책임과 권한이 모두 당 대표에게 있으니 이 대표가 책임을 가지고 최근 상황을 수습해달라"고 주문했다. 최근 민주당은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불만이 분출되면서 분열 양상을 띠고 있다. 실제 이 전 대표의 경우 이 대표를 향해 대표직 사퇴 등 혁신을 요구한 데 이어, 신당 창당을 시사하면서 연일 압박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가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이 전 대표가 사실상 회동을 거절하면서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의 행보가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정 전 총리는 이를 의식한 듯 이날 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단계에서 불거지는 예비 후보자들의 공천 갈등과 관련해 분열을 방지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총선 승리를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며 중도층과 수도권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정 전 총리는 통합 등을 강조하면서도 이 전 총리의 신당 창당 움직임이나 당내 비주류 의원들의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요구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정 전 총리 당부에 공감하며 당 통합과 혁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내년 총선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과 당내 통합, 이 두 개를 조화롭게 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지만, 당 대표로서 최선을 다해서 조화롭게 이뤄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이 대표의 긍정적인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된 바 있다. 이 대표는 전날인 지난 27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공단소방서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 통합과 혁신을 언급하며 총선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낙연 전 대표가 요구한 혁신안에 대한 입장'과 관련해 "이낙연 전 대표께서 여러 말씀을 해주고 있고, 저도 계속 연락드리고 만나서 통합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 만나지를 못하기 때문에 내가 전화도 하고 문자도 보냈는데, (이 전 대표가) 연락을 주겠다고 한다"며 "(이 전 대표의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할 수 있는 모든 길을 열어놓고 대화하고 함께 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은 그간 당내 계파 갈등에도 불구하고, 침묵을 이어온 것과 상반된 반응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 3총리(이낙연·정세균·김부겸) 연대설'이 불거진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가시화하는 만큼 통합 행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연말까지 결단을 요구한 '이 대표 사퇴' 등의 경우 이 대표가 수용하기에 무리가 따르는 만큼 평행선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