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갑진년(甲辰年)’ 경제대국 실현 초석 다져야
2024-01-01 나기호 기자
매일일보 | ‘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을 맞았다. 청룡은 동방을 수호하는 신으로, 용맹함과 지혜로움을 상징한다. 또 다른 의미로는 갑이 시작을 뜻해 새로운 시작의 해라고 불린다. 따라서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시도하기에 좋은 해라고 할 수 있다.
고질적인 저성장 기조에 둘러싸인 한국 경제가 다시금 일어서기 위해선 올해야말로 경제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아주 중요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작년 10월,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이하 맥킨지)의 글로벌 연구소는 세계의 경제 성장 과정을 세 단계로 구분했다. 1944년부터 1971년까지의 ‘2차 세계 대전 직후’는 미국과 유럽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성장, 1971년부터 1989년까지의 ‘경쟁 시대’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 경쟁으로 인한 성장, 그리고 1989년부터 2019년까지의 ‘시장 주도 성장 시대’는 글로벌 교역과 협력으로 인한 성장이다. 이 중 ‘시장 주도 성장 시대’는 한국 경제가 가장 빠르게 성장한 시기다. 이 기간에 한국은 실질 GDP 성장률 5%대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낮은 인플레이션과 저금리하에, 한국은 글로벌 교역 및 무역 확대와 빠른 디지털 보급 및 확산을 통해 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맥킨지는 한국의 향후 경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혁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2%대의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었고, 2022년에는 GDP 상위 10개국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무엇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와 고령화 및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 기술 패권 경쟁의 심화 등이 성장 정체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도 경제성장을 저해시키는 위험 요소다. 실제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생산성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아일랜드, 그리스, 멕시코에 이어 네 번째로 대·중소기업 생산성 격차가 크다. 중소기업의 경기전망도 어둡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05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1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1월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전월 대비 1.3포인트(p) 하락한 77.5로 11월(80.7) 이후 2개월 연속 80을 하회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에 수출도 문제지만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내수 부진, 그리고 주 52시간 근무제와 중대재해처벌법 등의 각종 노동정책, 비수도권 인력난은 경영환경을 더욱 악화시킨다. 그럼에도 맥킨지는 한국이 2040년까지 1인당 GDP 7만 달러 시대를 달성하고, 세계 7대 경제 대국의 실현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 배경엔 반도체와 바이오, AI 등 고부가가치 경제로 전환하는 3차 S곡선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국 경제가 개편·전환·구축이라는 3대 축과 8개 이행 과제를 이행해야 하는데, 8대 과제는 산업구조 개편, 비즈니스 모델 개편, 고부가가치 전환, 원천기술 중심 신사업 전환, AI 전환, 산업혁신 기반 구축, 선순환 자본시장 구축, 핵심인재 양성체계 구축 등이다. 맥킨지는 한국이 이런 과제를 수행한다면, 2040년까지 글로벌 선도 초격차 산업을 2개 이상 배출하고, 세계를 선도하는 산업 클러스터를 3개 이상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매출 1000억 달러 규모 기업은 현재 3개에서 8개로, 100억 달러 이상 기업은 54개에서 74개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국면한 최대 문제점으로 ‘결단력’을 꼽는다. 규제혁파 결단력, 상생 결단력 등 현장에서 체감하는 과감한 결단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경제대국 도약에 성공하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 국민의 합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기업은 혁신과 성장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또한, 국민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열린 자세를 갖고, 미래를 대비한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이다. 산업 전반에 우려가 적지 않다. 갑진년 새해에는 희망과 자신감으로 한국 경제 미래를 그려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