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요란했던 금융 M&A 새해도 ‘글쎄’

지난해 비은행 강화 위한 빅딜 잇따라 무산 상생 압박에 건전성 규제...인수의지 꺼트려

2025-01-01     이광표 기자
지난달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금융권 인수합병(M&A) 시계가 3년째 멈춰섰다. 지난해에도 보험사, 저축은행 등 시장에 매물은 쏟아졌지만 추진 중이던 딜은 잇따라 무산됐다.

2020년 푸르덴셜생명, 더케이손해보험 등 경영권이 넘어간 ‘빅딜’이 이뤄진 이후 지난 3년간 주요 4대 금융지주에서 비은행 부문 경영권을 인수한 굵직한 M&A는 사실상 전무하다. 올해도 그간 사업영역 확대를 위해 인수 의지를 드러냈던 금융지주들이 M&A 기회를 엿볼거로 보인다. 하지만, 당국의 상생 압박과 규제 등으로 인해 무리한 M&A 대신 내실 강화쪽으로 전략을 선회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지주들은 비은행 부문 M&A를 통한 포트폴리오 확대 의지를 보였다. 은행 중심의 수익 창출 구조를 탈피하고 의존도를 낮춰 수익원을 다양화하려는 목적이었다. 이에 따라 증권사를 포함한 보험사, 저축은행 등을 목적으로 한 금융사들의 M&A가 활발하게 이뤄질 거란 예측이 나왔다. 하지만 사실상 '빈손' 이었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의 지난 3년간(2021~2023년) 비은행 부문 업종의 중소형 기업 대상 M&A는 10건에 그쳤다. 지난해 대규모 M&A 시장이 열릴 거로 기대했지만,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M&A는 우리금융그룹의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가 유일했다. 사려는 곳들은 중도 포기하고 매수자는 실종되면서 새 주인을 기다리거나 매물로 거론되는 금융사는 아직도 10여 곳에 달한다. 보험사의 경우 KDB생명과 MG손해보험, ABL생명, 롯데손해보험 등이다.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소유한 동양생명도 잠재 매물로 거론된다. 상상인·상상인플러스·한화저축은행을 비롯해 애큐온·HB·조은저축은행도 매물로 나온 상태다. 올해도 M&A 시장이 활기를 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험사들은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실적이 요동치기 시작해 지나치게 몸값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저축은행 역시 부동산 PF 부실 우려와 부정적인 업황 전망 등이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주도하에 추진되는 상생금융 압박과 건전성 관리 때문에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2조원대의 상생금융안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필요한 비용을 여유 자금에서 제외하면 그만큼 M&A 등에 사용할 실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리스크 관리를 위한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고 있는 부분도 걸림돌이다. 올해 경기가 둔화되고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융권은 위기 대비 능력을 더욱 키워 놔야 하는 상태다. 다만, 올해 M&A 시장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M&A가 필요할 뿐 아니라 부동산 PF 부실로 수익성이 악화된 저축은행 매물들이 가격을 낮춰 등장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최근 글로벌 경제 트렌드는 금융회사가 부실화되면 정부가 직접 공적자금을 투입해 정상화하기보다 대형 금융회사가 M&A 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현재 금융지주의 체력이 우수한 상태여서 유사시 구원투수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