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해시계부터 원자시계까지 시간 측정의 역사 『1초의 탄생』
- 일출과 일몰의 측정에서 시계의 발명까지, - 시간 측정의 과학과 함께 발전해온 인류 문명의 발자취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신석기 시대에 하·동지점을 표시한 구조물인 뉴그레인지 유적과 스톤헨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인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간을 측정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해왔다.
그들은 태양의 움직임을 세심하고 끈질기게 관찰했고, 그 관찰을 바탕으로 미래에 다가올 세상의 모델을 만들었으며, 수 세기에 걸쳐 그 모델을 다듬고 공유했다. 그 모든 과학적 노력이 집약된 결과가 바로 장엄한 오늘날 거대한 유적으로 남아 있는 하·동지 표시 장치이며, 그것은 건설된 이후 다시 수 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완벽하게 작동하고 있다. 시간에 대한 인간의 이런 집착과 모든 과학적 활동은 결국 해시계와 물시계 같은 자연현상을 이용한 시계에서 기계식 시계를 거쳐 오늘날과 같은 원자시계의 발명으로 이어졌다.이와 같은 다양한 종류의 똑딱거리는 과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천문학과 수학은 물론이고 특히 물리학과 양자역학 분야에서의 혁명적인 발견들로 이어졌다.
이처럼 시간 측정의 역사는 변덕과 혼란이 가득했을 세상에 질서와 예측 가능성을 부여하는 일인 동시에 더 정확하게 시간을 표시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위한 과정이었다.
“인류가 시간에 매혹된 것은 ‘지금’이 아니라 ‘미래’를 알기 위함이었다!”
완벽한 역법을 위한 치열한 도전과 노력의 과정,
시간과 달력의 탄생과 발전에 관한 매혹적인 서사시
시간 측정의 역사에는 과학에 관한 내용만 담겨 있지 않다. 인류 사회에 오늘날과 같은 역법이 자리를 잡기까지 정치와 종교는 물론이고 철학과 관련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오늘날 현대사회에서는 어디서나 한 해를 12개의 달로 구분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지만, 인류는 태양의 주기와 달의 주기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태양력, 태음력, 태음태양력이라는 다양한 역법을 발전시켰다.
히브리력은 이 둘의 균형을 추구한 것으로, 각종 기념일은 항상 음력 주기의 해당 시점과 일치하지만 일반적인 계절과 맞추려면 때때로 한 달씩 추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처럼 태양과 달의 움직임 모두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 이 세 종류의 역법이 불편하게 공존했다는 사실은 오늘날 우리가 절대적인 기준으로 여기고 있는 시간이란 것이 사회적 구성물임을 보여준다.
이 책<1초의 탄생>에는 마야 문명의 최전성기였던 서기 500년경에 그들이 운영했던 복잡한 역법 체계의 사회적 측면과, 고대 로마에서 제정된 율리우스력이 1,500년 이상 문제없이 운영되다가 1582년에 그레고리우스력으로 변경된 신학적 배경, 그리고 미국의 철도 시간이 확립된 과정과 현대의 시간대 체계를 낳은 정치적 협상 등의 내용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제기되는 철학적인 질문들이 곧 우주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위치는 물론이고 시간과 공간의 속성에 대한 이해의 근본이 된다는 사실 또한 알려준다.
“1년 뒤, 10년 뒤가 정확히 언제인가?
나의 1초와 당신의 1초가 같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정확한 1초를 측정하기 위한 인류의 놀라운 시간여행!
이 책은 시간 측정의 역사는 결국 표준적인 똑딱임과 그것을 모델화한 수단이 오래도록 축적된 과정임이라고 말한다. 인류는 과학 지식이 발달과 함께 더욱 정밀하게 시간을 측정하는 수단을 새롭게 발견해왔다.
1967년 1초의 정의는 “세슘-133 원자의 에너지 바닥 상태의 두 초미세 준위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가 진동하는 주기의 91억 9,263만 1,770배에 해당하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시간의 정의를 천천히 변화하는 지구의 움직임과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세슘 표준이 반드시 최종 정의는 아니다. 지금도 표준 시간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세슘 표준보다 수십, 수백 배 더 정확한 시계를 실험하고 있으며, 앞으로 세슘과 전혀 다른 원소가 발견되어 시간의 정의가 다시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감수자 김범준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이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스웨덴 우메오대학교와 아주대학교를 거쳐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통계물리학을 전공했고,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상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해 현실의 빅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복잡계 과학의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 설명하고 이해하는 연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