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출산 연계형 주거·양육 지원대책, 실효성 높여 가시적 성과 거양을
2025-01-02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매일일보 | 우리나라 인구 문제가 이제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의 ‘인구감소 시대’를 넘어 인구지진(Age quake)의 ‘인구소멸 시대’를 치달리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0월 출생아 수가 또다시 2만 명을 밑돌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한 ‘2023년 10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에 태어난 아기는 1년 전 2만 646명보다 1,742명(8.4%)이 감소한 1만 8,904명에 그쳤다. 역대 10월 기준으로는 1981년 월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다. 출생아 수는 올 4월 2만 명이 붕괴된 이후 7개월 연속 1만 명대에 머물러 있다. 통계청은 3분기 0.7명이던 합계출산율이 4분기에는 0.6명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이 전 세계에서 ‘1호 인구 소멸 국가’가 될 것이라는 ‘데이비드 콜먼(David Coleman)’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의 경고가 더 이상의 과장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어 보인다.
대한민국의 존망이 달린 저출산 문제 해결에 역대 정부들이 손 놓고 방관만 한 것은 아니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인 ‘도토리 키재기 정책’들을 내놓으며 허송한 와중에 저출산 속도는 점차 가팔라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 26일 올해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국가의 핵심 과제로 저출산 문제 해결을 꼽으며 “저출산 문제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그동안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해졌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는 것처럼 교육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과도한 경쟁시스템이 직접적 원인이라면, 이를 고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시간이 많지 않다. 모든 부처가 함께 비상한 각오로 저출산 문제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동안 무려 280조 원이나 쏟아부었는데도 범위를 확대하면 380조 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되레 합계출산율은 해마다 최저치를 경신하며 급락해 지난해 0.78명을 기록했고,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 2020~2070년’에서는 2023년 0.73명, 2024년 0.70명으로 바닥을 친다고 하는 데 대한 반성문으로 들리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언급처럼 “좋은 정책을 다 모은다고 해서 저출산 대책이 될 수 없다”라는 사실은 과거의 경험으로 충분히 입증됐다. 이제는 ‘리셋(Reset)’ 수준의 발상의 대전환으로 차원이 다른 파격적인 대책을 마련해 실행에 옮겨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이대로 가게 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참으로 암담할 뿐이다. 저출산의 원인은 일자리, 교육, 주택, 돌봄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히고 설켜 있는 만큼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종합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아이를 낳으면 돈을 준다’라는 식의 출산장려책은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만큼 ‘아이를 낳고 싶어 하고 아이를 기르고 싶어 하는 출산 친화적 사회’를 만드는 데 국가를 비롯 우리사회 모두가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모두의 책임이라고 하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라는 점도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눈치 보지 않고 소신껏 출산휴가·육아 휴직을 자유롭게 쓰고, 유연근무·재택근무제 등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인식과 발상을 송두리째 전환하여 ‘그랜드 비전’을 제시하고 인구 대책의 기본 틀을 파격적으로 새로 짜야만 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연간 80조 원에 달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교육세의 일부를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쓰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현행 15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올리고, 아동수당 지급 연령도 현재의 0∼7세에서 0∼17세로 확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시·도 교육청들이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 인구재앙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 없는 만큼 학생 수가 줄어 남아도는 교육교부금을 저출산 대응에 쓰는 건 상식선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2월 25일 교육부에 따르면 시·도 교육청 17곳이 지난해 다 못 쓰고 남기거나 올해로 넘긴 예산은 총 7조 5,000억 원에 달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회계연도 중간에 배정받은 재정이 늘어나면서 이월되거나 불용한 예산이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이월·불용액은 2018년에 6조 7,000억 원, 2019년 6조 6,000억 원, 2020년 4조 4,000억 원, 2021년 3조 8,000억 원, 2022년엔 4조 6,000억 원에 달했다. 초·중등 교육의 균형 발전을 명목으로 정부가 주는 지방교육교부금은 매년 내국세 수입의 20.79%를 자동 배정을 규정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탓에 방만 지출이 만연했다. 경제성장으로 세수가 늘어나면 교부금도 같이 늘어난다. 문제는 학생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는데 교부금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초·중·고 학생 수는 2010년 734만 명에서 올해 531만 명으로 203만 명이나 감소했는데, 교육교부금은 32조 2,900억 원에서 75조 7,600억 원으로 2.35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 3년간 교육청들의 불필요한 지출이 42조 6,000억 원이었던 것으로, 최근 감사원 감사로 확인되기도 했다. 학생 수를 연동해 교육교부금을 책정하는 식의 개정 입법을 더 미룰 때가 아니다. 다른 분야 예산을 줄여서라도 반드시 투입해야 할 국가적 현안이 쌓여 있다. 그런 현안이 바로 망국의 길로 가고 있는 저출산 문제 해결이다. 이런 와중에 다행히‘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 지원방안’으로 ‘신생아 특례대출’이 새해 1월 29일부터 시행된다. 신생아 출산 가구에 주택 특별공급 자격을 부여하고 1%대 저금리 대출도 지원한다. 지난해 12월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출 신청일 기준 2년 내 출산(2023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부터 적용)·입양한 무주택 세대주나 1주택자(대환 대출)로 소득 1억 3,000만 원 이하 가구가 대상이다. 해당자가 9억 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매입할 경우, 최대 5억 원을 소득에 따라 1.6∼3.3%의 특례금리를 5년간 적용하여 대출받을 수 있다. 내년 2월부터 청약 기능을 갖춘 고금리 저축상품인 ‘청년 주택 드림 청약통장’, 임신ㆍ출산 가구에 공공분양 ‘뉴:홈’에 대한 ‘신생아 특별공급’ 등도 함께 시행된다. 출산 가구에는 연 7만 호 수준 정도를 특별(우선) 공급한다. 공공분양(뉴:홈)이 3만호며 민간분양과 공공임대가 각각 1만 호와 3만 호씩이다. 입주자모집 공고일 기준으로 2세 이하 자녀(태아 포함)가 있으면 특별공급 대상이다. 지난해 8월에 발표된 지원방안과 비교해 전혀 새로운 건 아니지만 신생아 특례대출만 해도 지난 1년 한시 서민ㆍ신혼ㆍ다자녀가구를 대상으로 시행된 ‘특례보금자리론’을 사실상 대체하는 정책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안은 지원대상과 범위를 조정해 임신ㆍ출산 가구에 대한 직접 지원 효과를 크게 높인 게 특징이다. 소득 기준 등에서 결혼 가구가 미혼 가구보다 불리했던 보금자리론과 달리, 맞벌이 부부 소득 기준을 1억 3,000만 원까지 확대한 것 등이 현실적 개선의 대표적 사례다. 또한 혼인ㆍ출산 지원을 위해 혼인신고일 전후 각 2년 또는 자녀의 출생일부터 2년 이내에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은 최대 1억 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기존의 5,000만 원의 증여세 비과세 한도까지 더하면 1억 5,000만 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양가로부터 모두 증여를 받는다면 3억 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한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지난 4월에 부모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해 신설한 ‘어린이가정청’은 2024년 초부터 부모의 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생후 6개월에서 만 세 살 미만의 아이를 시간 단위로 보육 시설이 맡아주는 제도를 도입한다. 1시간 단위로 아이를 맡기는데 비용은 300엔(약 2,700원)이다. 일본 길거리 자판기에서 파는 생수나 캔 커피가 100~180엔 정도에 불과하니 참으로 저렴한 금액이다. 부모들이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값싼 가격이다. 한 달에 최대 10시간까지 주변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맡길 수 있다. 지금까지 일본 보육 정책은 주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했지만, 신규 양육지원제도는 전업주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개선책이다. 전업주부들이 급한 볼일이 생겼을 때 아이를 맡기지 못해 애를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 아울러 교육 분야의 과잉 경쟁, 주거·일자리 불안 등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복합적 악(惡) 요인들을 심층 분석해 실효성 있는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는 비단 주거 문제에 국한 시킬 사안이 결단코 아니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일자리와 소득, 자녀 양육 및 교육비 부담도 출산을 꺼리는 주요 요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이번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 지원방안’ 시행과 함께 자녀 양육지원, 청년층의 고용불안을 자극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대ㆍ중소기업 근로자 소득격차 완화 방안, ‘일자리 엇박자(Mismatch)’해소 등 유기적 지원책을 조속히 강구할 필요성이 긴요하다. 다만 신생아 특례대출 등은 자칫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할 정도로 심각한 가계부채 누증(3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875조 6,000억 원) 및 잠시 안정된 집값 불안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출산 지원책의 실효성을 높이되, 적절한 부동산 및 가계부채 관리책도 병행돼야 할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보다 더욱 정교한 ‘정책 조합’에 나서야할 이유이자 필요성이다. 국가 존망과 소멸을 걱정하는 위기상황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 실행하는 것으로는 역부족이 아닐 수 없다. 관련 부처들을 아우르는 강력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조직으로 구성된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로 작동하는‘출산 워룸(War room)’을 설치하여 즉각 가동하고 위기 극복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을 수립하여 신속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 윤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상황의 위중함을 인식하고 명찰하여 비상한 각오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조속히 보여주지 못한다면 국가소멸 시계는 더 빨라지고 그 결과는 더욱 앞당겨질 것이 너무도 자명하다. 출산 연계형 주거지원 대책 및 양육지원제도의 실효성을 높여 가시적 성과 거양(擧揚)에 총 매진해야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