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출산 결정 영향… 첫째 자녀 낳는 환경 만들어가야"

국토연 "무주택 유자녀가구 특공물량 확대 등 과감한 정책 필요"

2024-01-03     권영현 기자
서울의

매일일보 = 권영현 기자  |  첫째 자녀의 출산은 주거비 부담이 높은 기여를 하고, 둘째 이상 자녀의 출산에는 사교육비 영향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토연구원이 3일 발표한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첫째 자녀의 출산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주택가격(매매‧전세가격 기여도 합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30.4%로 나타났다. 반면 사교육비는 5.5%에 그쳤다.

둘째 자녀의 출산율 기여도는 주택가격이 28.7%, 사교육비가 9.1%로 조사됐고, 셋째 자녀의 경우 주택가격이 27.5%, 사교육비가 14.3%로 분석됐다. 이는 2009~2022년 출산율과 주택 및 전세가격, 경제성장률 등 여러 지표를 활용해 출산율 결정 요인을 분석한 결과다.

모든 자녀 출산에 대해 주택가격의 영향이 높게 유지되는 가운데 첫째와 둘째 자녀는 초등학교 사교육비가, 셋째 자녀 이상의 경우엔 중‧고등학교 사교육비가 출산율을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박진백 국토연 부연구위원은 “첫째 자녀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주택 부문 정책 지원이 중요하며 둘째 이상의 자녀 출산을 위해서는 사교육 정책 지원이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미래 출산율에 대한 결정요인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첫째 자녀의 경우엔 전년도 출산율(아이를 낳는 분위기)의 기여도가 가장 높았다. 둘째 자녀와 셋째 자녀는 첫째 자녀에 비해 전년도 출산율이 감소한 반면 상대적으로 주택매매가격이 증가했다. 또 둘째 자녀 이상의 미래 출산율은 첫째 자녀보다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과 실업률의 영향이 증가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우리 사회가 향후 출산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자녀 출산이 늘어나는 환경이 지속돼야 하고 주택매매가격의 안정을 통한 결혼과 출산 적령기 가구의 주거안정과 여성의 고용 안정이 핵심 정책목표가 돼야 함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연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출산율 하락이 점점 커진다는 분석도 내놨다.

주택가격 상승 충격이 있을 경우 첫째와 둘째 자녀 출산율은 1990년대에는 10개월의 시차를 두고 감소했으나, 점차 반응시차가 빨라지고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즉각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0년 전후 주택가격 상승 시기에는 주택 가격 상승 충격이 첫째와 둘째 자녀 출산율에 대해 매우 즉각적이고 강한 하락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국토연은 첫째 자녀 출산을 위해서는 무주택 (예비)유자녀 가구에 대해 특별공급물량 확대 및 추가 청약가점 부여 등의 과감한 정책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외에도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주택취득세 면제제도를 확대해 결혼과 출산 등 가족 구성원 수가 변화하는 경우 생애 두 번의 취득세 면제제도를 도입하고 유자녀 가구에 차별적인 금리 인하 혜택 제공 등의 형태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부연구위원은 “둘째 자녀 출산을 위해서는 다자녀 기준을 확대 적용하고 둘째 자녀부터 교육비 면제 등 교육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육아친화마을 등 주거의 안정과 자녀 양육을 함께 할 수 있는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