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정치국 2인자 사망에 들끓는 중동···전쟁 격화 우려

레바논 내 하마스 사무실 공격···외신 "이스라엘 소행" 이란·PA 등 반발···'교전 축소' 기대감 물거품 되나

2024-01-03     이태훈 기자
이스라엘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스라엘로부터 공습을 받은 하마스 정치국 2인자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며 중동 여론이 들끓고 있다. 반(反)이스라엘 세력의 후원자 격인 이란은 물론, 서방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도 이스라엘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로 중동 국가들이 결집할 경우 전쟁이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와 AFP 통신 등 주요 외신은 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IDF) 무인기(드론)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에 있는 하마스 사무실을 공격했으며, 이로 인해 하마스 정치국 2인자이자 전체 서열 3위로 평가받는 살레흐 알아루리 부국장 등 6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국영 매체들은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 드론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했고, AP 통신 역시 이스라엘에 의한 공격이 명백해 보인다고 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 발발 이후 알아루리를 제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1966년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태어난 알아루리는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겨냥한 기습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1987년 인티파다(팔레스타인의 반이스라엘 민중봉기)를 계기로 결성된 하마스에 초기 멤버로 합류한 뒤 요르단강 서안에서 하마스 작전을 지휘하는 핵심 인사로 자리 잡았다. 하마스 정치국장인 이스마엘 하니예의 부관이기도 한 알아루리는 하마스 무장 조직 알카삼 여단을 창설한 초기 멤버 중 1명으로, 레바논 내 친이란 무정정파 헤즈볼라와의 연락을 담당한 인물이기도 하다. 알아루리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이스라엘을 향한 중동의 비난이 쏟아졌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테러와 범죄에 기반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카나니 대변인은 "순교자의 피는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온주의 점령자들에 맞서 싸우려는 저항의 동기를 다시 불붙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바논은 이번 공격이 주권침해라고 주장했다. 레바논 내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알아루리 암살은 대응 또는 처벌 없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며 "저항 세력은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고 있다"고 경고했다. 무함마드 시타예흐 PA 총리도 이스라엘의 알아루리 암살을 비난하며 '뒤따를 수 있는 위험과 결과'에 대해 지적했다. 마무드 아바스 PA 수반이 이끄는 파타당의 라말라 지부는 알아우리를 살해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3일 하루 총파업을 예고했다. 총파업은 요르단강 서안에서 하마스의 인기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해석했다. 최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하기로 하면서 양측의 교전 강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번 사태로 이스라엘에 대한 중동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중동 국가들의 결집을 부를 수 있으며 전쟁 격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이번 사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방어와 공격 모든 분야에서 매우 높은 수준의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