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총선 지나면 어쩌나” 식품‧주류 가격, ‘시한폭탄’ 카운트
내부적 원가 부담 상쇄 한계…소비자 비용 확대 전가 우려 ‘기준판매비율’ 도입해 주류 가격 인상 억제…인상 요인 여전
2024-01-03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식품과 주류의 잠재 인상분이 향후 소비자 부담으로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한 해 동안 2024년 도 총선을 앞둔 만큼 민심을 의식한 생활밀접 가공식품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기업들은 공급가 인하‧동결로 동참했지만, 사실상 고금리로 금융비용이 늘고, 인건비‧전기·가스요금 등도 상승한 상황 속 내부적으로 원가 부담을 상쇄해왔다. 관련 업계 및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업의 경영 부담이 추후 더 큰 소비자 비용 확대로 옮겨갈 가능성이 커졌단 관측을 내놓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음료업계는 연례행사처럼 연말연초 가격을 상향조정하는 경향이 있어, 향후 비축된 리스크가 올해 인상분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국제 원부자재 가격 및 에너지 비용 상승, 인건비 부담 등 경영 제반 비용은 지속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에게 시한폭탄으로 다가오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bhc가 첫 시작을 끊었다. bhc는 지난달 29일부터 치킨 메뉴를 비롯한 85개 제품의 권장 소비자 가격을 500원~3000원 인상했다. 1만7000~1만8000원대였던 bhc치킨 가격이 2만~2만1000원대가 됨에 따라 국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3사(교촌치킨‧BBQ‧bhc)의 제품 가격은 모두 2만원대가 됐다. 주문 중개 수수료 및 배달 대행 수수료, 인건비‧임대료 상승,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이 인상의 명분이 됐다. 정부 개입으로 가격을 낮춰 잡은 주류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국세청은 국산 소주·위스키·브랜디 등 증류주에 일종의 세금 할인율인 ‘기준판매비율’을 도입했다. 지난 1일 출고분부터 과세표준이 작아져 소주 세금이 10%가량 인하됐다. 세금을 깎아 준만큼 한시적으로나마 가격 인상을 보류하란 뜻으로 해석된다. 총선 전까지는 소주 가격 인하 흐름 및 인상 억제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연말 주류 가격 조기 안정화를 위해 애초 계획보다 이른 지난달 22일 출고분부터 참이슬과 진로의 출고가격을 10.6% 내렸다. 무학과 대선주조 등 업체도 기준판매비율 적용 전에 앞당겨 각각 10.6% 인하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27일부터 소주 제품 가격을 인하했다. 처음처럼 출고가는 4.5%, 새로는 2.7% 낮아졌다. 앞서 롯데칠성은 지난 1일부터 반출가격(제조원가·판매 비용·이윤 포함)을 처음처럼(360㎖ 병)은 6.8% 올리고 새로(360㎖ 병)는 8.9% 인상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주정 등 원재료와 공병 등 부자재를 포함해 물류비, 인건비 등 비용 증가에 인상이 불가피하단 입장이다. 정부가 세금을 낮춰주긴 했지만, 가격 인상 자체가 금지된 것은 아니며, 기업들의 경영 부담 요인은 여전하기에, 언제든지 가격은 올라갈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주력 제품들의 가격을 하향 조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가격 인하나 동결 장기화는 힘들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공급가격 안정화에 내부적 비용 절감을 통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