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긴장 고조…산업계, 인플레이션 리스크 확대
‘글로벌 교역량 12%’ 수에즈운하 마비에 비상 희망봉 우회 경로, 국제 물류비·유가 인상 압박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美Fed 긴축종료 불투명
2024-01-03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국내 산업계가 홍해발(發) 지정학적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해 긴장 고조로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를 차지하는 수에즈운하 운하가 막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고금리 긴축기조로 가까스로 잡아가는 인플레이션도 반등할 위험을 안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이 홍해의 불확실성 변수를 주목하고 있다. 홍해는 중동과 아프리카 사이에 위치, 전 세계 교역의 약 12%를 처리하는 교역로다. 수에즈운하와 연결돼 아시아-유럽을 오가는 지름길 항로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선사들의 수에즈운하 재개 운항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세계 2위 해운업체 머스크는 미국의 다국적 함대의 개입으로 운항 재개를 검토했다가 전면 철회한 상태다. 2일(현지시간)에도 홍해에서 3차례 폭발이 일어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세계 1위 해운업체 MSC, 머스크 그리고 국내 최대선사 HMM 모두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거쳐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고 있다. 수에즈운하에서 희망봉으로 항로를 변경할 경우 이동 기간이 10∼14일 늘어난다. 희망봉 항로로 북유럽과 아시아를 왕복할 때마다 최대 100만달러(13억원)의 추가 연료비가 발생할 것으로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글로벌 해운사의 운임료 인상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기준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1254.99)보다 504.58포인트가 올라 1759.57를 기록했다. 보통 SCFI의 손익분기점은 1000이다. SCFI가 1700선을 넘은 것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이례적으로 높았던 2022년 10월 21일(1778.69) 이후 14개월 만이다. 프랑스 컨테이너선사인 CMA CGM은 아시아-지중해 노선 컨테이너 운송비를 오는 15일부터 최대 100% 인상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홍해 불확실성은 국제유가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한 것도 문제다. 후티 반군이 홍해를 운항 중이던 컨테이너선 ‘MSC 유나이티드’ 선박을 공격하자 브렌트유는 2.5% 급등해 배럴당 81달러 수준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홍해 긴장이 고착화될 경우 물류비, 유가 등의 비용 상승이 인플레이션 반등까지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인플레이션이 안정화 경로에 접어들었다는 가정 하에 금리인하 정책 전환 시점을 고심 중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경로가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전환될 경우 긴축기조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국내 주요 산업은 금리인하 효과로 인한 업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