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도 끄떡없네”…유통업계, 위스키 시장 잡기 나서
홈술·혼술 문화 확산 및 하이볼 열풍에 따른 상승세 지난해 1~11월 기준 위스키 수입량 2만8391t 달해
2024-01-04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유통업계가 위스키 사업 규모를 키우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MZ세대 사이 자리잡은 ‘홈술’(집에서 즐기는 술)과 ‘혼술’(혼자서 먹는 술) 문화가 지속 성행한 데 따른 결과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중장년층 이상이 주로 즐겨 마시던 술로 불리던 위스키의 소비층이 젊은세대까지 늘어나면서 위스키 수입량은 우상향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고급 주류 인기를 함께 견인하던 와인 수요는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위스키는 탄산수 또는 토닉워터를 섞어 타먹는 하이볼 열풍을 타고 대중적인 술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기준 위스키 수입량은 2만8391t으로 2022년 전체 수입량(2만7038t)을 뛰어넘으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다만, 수입액은 2억3708만달러(한화 약 307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 가량 줄었다. 수입액 대비 수입량 증가는 고가 상품 대신 저렴한 가격대 상품이 약진한 것을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1인 가구가 주요 고객층인 편의점 업계에서도 위스키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의 지난해 1∼9월 양주 매출은 전년 대비 80% 이상 성장했는데, 이 중 위스키 매출은 100% 뛰었다. GS25는 지난해 월평균 위스키 매출이 2018년과 비교해 8배 치솟았다. CU는 지난해 11월까지 누적 위스키 매출 신장률 21%을 달성했다. 고물가 기조에도 이같은 성장세를 고려해 유통업계도 위스키 시장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주류업체들은 위스키 라인업을 늘려 차별화를 꾀하는가 하면, 편의점업계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분위기다. 골든블루는 모던 프리미엄 위스키 ‘팬텀 디 오리지널 리저브’ 소용량 제품을 새롭게 앞세우고 있다. 제품 용량의 다변화로 가격 경쟁력을 제고하고 소비자 선택폭을 늘리겠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신제품 출시 이후 인지도 개선 및 판매 채널 강화를 위한 각종 이벤트를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페르노리카 코리아는 ‘제퍼슨 버번’ 위스키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제퍼슨 버번 위스키는 옅게 그을린 배럴에서 숙성돼 풍부한 향이 특징이다. 특히 이번 제품은 뉴욕 국제 스피릿 대회 등 유명 주류 어워드에서 금상을 받으며 품질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소주·맥주 시장 강자 하이트진로도 위스키 사업에 뛰어들었다. 수입주류 라인업 확대를 위해 유명 위스키 브랜드 ‘커티삭’과 유통계약을 체결해 제품 출시 및 마케팅에 고삐를 죄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서울 가로수길 에어드랍스페이스에서 커티삭의 국내 첫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이마트는 이달 5∼6일 양일간 새해 첫 위스키 프로모션을 연다. 이번 행사를 위해 발베니 12년 더블우드, 맥캘란 더블캐스크 12년, 산토리 가쿠빈, 짐빔 화이트, 잭다니엘 등 인기 위스키 4만병을 마련했다. 최대 할인율은 40% 수준이다. GS25는 지난 1일부터 ‘커티삭’과 ‘커티삭프로히비션’ 등 위스키 2종을 내놓는 등 상품군을 늘려가고 있다. 오는 18~29일까지 서울 성수동 소재 ‘GS25 도어투성수’에서 커티삭 팝업스토어도 개장될 예정이다. 한편, 위스키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 또한 치열해져 레드오션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위스키 자체가 소비자 취향이 뚜렷하고 물량이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충성 고객이 많은 편인데, 신제품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신세계는 위스키 사업을 잠정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이번 사업 철수는 기존 핵심 사업인 와인 매출이 떨어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성세대들만 즐기던 양주 이미지를 넘어 대중적으로 바뀐 위스키는 홈술 및 혼술 트렌드에 맞춰 가볍게 한두잔만 즐길 수 있고 개봉하더라도 나중에 마실 수 있는 특징이 있다”라며 “하이볼 유행으로 인기가 지속되고 있지만, 업체간 경쟁 심화, 소비 심리 위축 등에 따라 상황이 바뀔 여지 또한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