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태영그룹, SBS 집착하는 이유는?
태영그룹 성장 1등 공신의 알짜 기업 윤세영 창업주 개인적인 애착도 상당
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태영건설 워크아웃 성사의 열쇠로 공영방송 SBS 매각이 부각되고 있지만, 정작 태영그룹은 매각 여부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4일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작년 3분기 기준 SBS의 자산총계는 1조3462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태영그룹 핵심 기업인 태영건설(4조9014억원), 에코비트(1조7865억원)에 이어 규모가 세 번째로 크다. 누적 영업이익은 72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으나, 부채비율은 2020년 이후 50~60%대로 떨어졌다. 그룹사 내 알짜 기업으로 꼽히는 이유다.
아울러 SBS는 그간 태영그룹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태영건설은 1970년대 도급 순위 600위권 밖에 머물렀으나 1980년대 45위권에 진입했다. 이후 SBS가 설립된 1990년 30위로 상승한 뒤 현재는 15위권에서 대표 중견사로 자리매김했다. 설립 당시 민영방송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만큼 그 영향력을 발판 삼아 몸집을 키워온 셈이다.
현재도 업계 일각에서는 "데시앙 브랜드 가치보다 SBS 가치가 높을 수 있다"는 얘기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지난 2017년 이후 태영그룹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고 밝히며 윤세영 창업회장은 SBS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그룹성장의 1등 공신이자 현재도 견조한 실적을 내는 알짜 기업으로 통하는 만큼, 윤 회장의 SBS에 대한 개인적 애착은 상상 이상이다. 실제로 그는 "SBS 창업주로서 국내 민영방송 역사를 만든 일이 가장 자랑스럽다"고도 발언한 바 있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태영그룹은 SBS 매각 가능성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3일 오후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진행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에서 SBS 지분 매각에 대한 언급은 제외됐다.
방문신 SBS 사장 또한 지난해 28일 회사 내부망에 담화문을 올려 "TY홀딩스가 소유한 SBS 주식의 매각 또는 담보 제공 가능성은 없다"며 "TY홀딩스에서도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SBS 경영과 미래 가치에 영향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경기 침체 속에서 현재의 자구책만으론 자금 확보가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 만큼, 업계 안팎에서 SBS 매각설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11일 예정된 채권단 협의회에서 동의를 얻지 못하면 태영건설은 법정관리 수순에 들어가 협력업체까지 큰 피해를 보게 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워크아웃 하는 입장에서도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데 워낙 시장이 좋지 않다 보니 그것을 받아줄 수 있는 사업장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추가적인 자구책 마련을 일단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