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 이스라엘에 '보복' 피력···이-팔 전쟁 확전 촉각

헤즈볼라, 하마스 고위 인사 사망에 "침묵 불가" EU 고위대표 "이-팔 전쟁 해법 강제 필요" 주장

2025-01-04     이태훈 기자
3일(현지시간)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레바논에 머물고 있던 하마스 서열 3위 인사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하자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침묵할 수 없다"며 보복을 시사했다. 헤즈볼라는 전쟁 중인 하마스를 지원하며 이스라엘과 크고 작은 교전을 벌여왔는데, 이들이 '본격 참전'할 경우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을 폭격해 살레흐 알아루리 부국장 등 6명의 하마스 수뇌부가 사망한 것에 분노를 표했다. 나스랄라는 이날 TV 연설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적이 레바논에 대해 전쟁을 벌이려 한다면 우리는 어떤 제한도, 규칙도, 구속도 없이 싸울 것"이라며 "우리와 전쟁은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우리와 전쟁하는 이는 누구라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알아루리의 죽음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중동 국가뿐만 아니라 미국 일각도 이스라엘을 공습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AFP에 따르면 익명의 미국 국방부 당국자도 "해당 공습은 이스라엘의 공습이었다"고 확인했다. 이번 이스라엘의 작전은 동맹국인 미국에조차 알리지 않았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헤즈볼라는 하마스와 함께 '저항의 축'으로 불리며 반(反)이스라엘을 표방하는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에 의해 죽임을 당한 알아루리는 헤즈볼라와의 연락을 담당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헤즈볼라가 하마스보다 훨씬 강력한 군사력을 가졌다는 데 있다. 이스라엘 안보단체 알마연구·교육센터는 헤즈볼라가 2만5000~3만명 수준의 병력과 함께 미사일 15만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을 경험하며 쌓은 실전 경험도 위협적이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헤즈볼라를 '세계에서 가장 강력히 무장한 비국가 군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번 사태가 헤즈볼라의 본격적인 참전과 함께 전선 확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쟁 발발 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이미 여러 차례 미사일·로켓 공격을 주고받았다. 다만 이러한 교전은 접경지를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이스라엘이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일대에서 공습 작전을 벌임에 따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영토 깊숙이 미사일·로켓 등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나스랄라는 앞서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공격할 경우 보복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국제사회는 확전의 불씨를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우리가 지난 30년간 (갈등 해소를 위한) 해법을 외부에서 강제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을 국제사회가 강제력을 통해 종식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만약 이 비극이 빨리 끝나지 않는다면, 중동 전체가 화염에 휩싸일 수 있다"며 이번 알아루리 암살 사태에 대해서도 "분쟁의 확전을 초래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관계자도 미국은 알아루리의 사망 보고를 주시하는 한편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WSJ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