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우려에 저축銀 M&A 시장 ‘올스톱’

상상인·한화·애큐온저축은행 주인 찾기 난항 저축은행 업계 전반적 실적·건정성 악화 영향

2024-01-07     이재형 기자
지방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저축은행 건전성이 악화하며 인수합병(M&A) 시장에 냉기가 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우리금융이 상상인 저축은행 인수를 포기하면서 시장이 활력을 잃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삼일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정, 실사를 진행했지만 가격 조건이 맞지 않아 인수를 최종 포기했다. 시장에서는 매물의 가치가 5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적정 가치를 2000억원 수준으로 책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저축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아직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없다. 애큐온저축은행도 새주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 저축은행 매각 딜이 쉽게 성사되지 않는 배경에는 실적과 여신 건전성 악화가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누적 당기순손실 48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한화저축은행은 60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전년 같은 기간(175억원)보다 실적이 절반 이상 줄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375억원 순손실을 냈다.

여신 건전성도 악화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3.29%로 금융감독원 권고치인 8%보다 높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개월 이상 연체 중인 부실채권의 비율을 의미한다. 애큐온(6.02%)·한화저축은행(5.56%)도 서울 소재 23개 저축은행 평균(5.5%) 이상이다.

대손충당금 적립액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손충당금은 여신 부실에 대비해 금융사가 수익의 일부를 미리 적립해 놓은 것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 여신 관련 대손충당금 잔액은 2189억원으로 전년 동기(994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에큐온저축은행(2370억원), 한화저축은행(376억원)도 지난해부터 대체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 전반적인 재무 건전성 악화도 M&A 시장을 얼어 붙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손충당금 잔액은 6조1509억원으로 전분기(5조8817억원) 대비 4.6% 증가했다. 잔액이 6조원을 넘은 것은 12여년만이다. OK저축은행이 1조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SBI저축은행(6364억원), 웰컴저축은행은(4674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2930억원) 등의 순을 보였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 부실도 인수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47개사의 부동산PF 관련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1년 1.3%에서 지난해 6월 말 6.5%까지 약 5배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