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에선 고급화”…외식업계, 프리미엄화 경향 뚜렷
불황일수록 사치재 소비 확대…‘체험형 소비’ 중시 트렌드 영향도 14만원 버거‧고급 뷔페 유행…해외 브랜드, 국내 진출 시 가격 올려
2024-01-07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외식업계가 불황 속 ‘프리미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물가 기조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양극화되자, 가성비와 프리미엄에 대한 수요가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이에 국내 외식업체들은 불황에도 굳건한 프리미엄 수요를 잡기 위한 전략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고 나섰다. 경기가 악화될수록 사치재 소비는 비탄력적으로 움직이거나 보복소비심리 등에 따라 더욱 확대되는 경향이 있단 판단에서다. 고든램지버거는 14만원 짜리 ‘1996버거’로 국내 시장 진입 초기부터 이목을 끌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책정될 법한 부담스런 가격대지만, 가장 잘 팔리는 메뉴다. 12년산 발사믹 식초, 투플러스 한우, 라구 소스, 트러플 슬라이스 등을 사용했다. MZ세대들의 SNS사회망을 통해 ‘명품버거’란 키워드로 바이럴되며, 프리미엄 수요를 적중했단 평이다. CJ푸드빌은 고급화 전략을 통한 운영 체계 재정비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빕스’는 코로나 기간 기존 매장 중 비효율 지점은 과감하게 폐점하고, 수익이 나는 곳은 프리미엄‧배달 전문매장으로 재편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적용했다. 전복, 장어, 송이, 오리, 랍스터 등 고급식자재를 사용해 메뉴를 재구성하고, 매장 외관과 서비스 등을 재정비했다. 비싸더라도 맛있고 고급진 한 끼를 선호하는 소비자층이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매장은 인기를 끌었다. 빕스의 대표 특화 매장인 ‘등촌점’, ‘목동41타워점’ 등은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전국 빕스 매장 중 줄곧 매출 상위권을 유지했다. 애슐리퀸즈도 코로나 기간동안 전 매장을 프리미엄 모델인 애슐리퀸즈로 통합 전환하면서 고급화 전략에 고삐를 좼다. 80여종이던 메뉴를 200여종으로 늘렸고, 스시 뷔페 수사의 메뉴까지 통합했다. 성과는 가시적으로 확인됐다. 애슐리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코로나 이전보다 50% 성장했다. 지난해 오픈한 광교점, 인천점, 일산점 등 신규 매장 4곳 모두 출점 직후 평균 월매출의 50% 이상, 일부 매장은 최대 75%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해외에서 ‘가성비’ 콘셉트를 내세웠던 브랜드들은 한국 진출 시 프리미엄 딱지를 붙이며, 국내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인기를 얻은 캐나다 카페 브랜드 팀홀튼 역시 한국에선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웠다. 앞서 팀홀튼은 지난해 9월 신논현 사거리에 위치한 어반하이브 건물에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 국내 상륙을 알렸다. 당시 방문객과 커뮤니티 등에선 “캐나다에서 저렴한 맛에 이용하던 브랜드였는데, 한국에선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와 가격대가 비슷해 다소 아쉽다”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팀홀튼의 대표 메뉴들의 가격은 캐나다 현지보다 높게 책정됐다. 한국 팀홀튼의 아메리카노, 오리지널 아이스캡, 프렌치바닐라는 각각 4000원, 5100원, 5900원이다. 캐나다에선 각각 2.49달러(약 3273원), 3.49달러(약 4589원), 2.79달러(약 3668원)씩 판매되고 있다. 아메리카노는 22.2%, 오리지널 아이스캡은 11.1%, 프렌치바닐라는 60.8% 비싼 수준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불황일수록 절약형 짠물소비와 보복소비가 동시에 짙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최종 소비자 가격을 책정하기까진 각 국가별 유통관계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되지만, 특히 한국에서 프리미엄 전략이 활발한 데는 가격보다 이용경험 가치에 중점을 두는 ‘체험형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층의 성향을 공략한 것”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