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저축은행 '초긴축경영' 돌입…올해 허리띠 더 졸라맨다

조달비용 증가에 여·수신 모두 축소 '몸집 줄이기' 인력 조정에 인건비 깎고 광고비 등 비용도 싹둑

2025-01-07     이광표 기자
저축은행들이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저축은행이 실적 악화에 시달리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 영향으로 이자비용이 크게 증가하고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올해도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5대 저축은행(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의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총 642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1,920억원) 대비 66.6% 줄었다. SBI저축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5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줄었다. OK저축은행은 169억원으로 1년 전보다 65.8% 감소했다. 웰컴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은 각각 120억원, 83억원 순이익을 기록해 같은 기간 49.4%, 65.2% 줄었다. 페퍼저축은행은 3분기 24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이들 5개사의 3분기 이자수익은 1조182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7% 증가했다. 하지만 이자비용은 5329억원으로 79% 증가했다. 또 3분기 연체율은 OK저축은행 7.29%, 웰컴저축은행 5.7%, SBI저축은행 4.76%, 한국투자저축은행 4.73% 페퍼저축은행 2.81% 등으로 시중은행이 1% 미만인 것과 비교해 높은 상황이다. 79개 전체 저축은행으로 범위를 넓히면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저축은행업권은 1413억원의 적자를 냈다. 상반기 960억원 순손실보다도 453억원(47.2%)이나 규모가 커졌다. 저축은행의 경우 대부분 수신으로만 자금을 조달한다. 그런데 2022년 말부터 기준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은행권 예금금리 경쟁 영향으로 6~7%대 특판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때부터 이자비용이 급격히 늘었고, 지난해부터 9월까지 저축은행이 지출한 이자비용은 4조480억원에 달한다. 중앙회 관계자는 “같은 기간 이자수익은 1.2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적자 기록 배경을 밝혔다. 상황이 악화되자 최근 들어 저축은행들은 이자비용을 줄이고 수신규모를 축소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한 상태다. 고금리 예금의 만기 도래에 따라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만큼 비용 부담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수신 규모는 지난 9월 117조8000억원에서 10월 115조2000억원으로 2조원 넘게 줄었다.  대출 실탄이나 다름없는 수신 규모를 줄인다는 것은 신규 대출 영업을 축소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축은행은 은행채를 발행할 수 있는 시중은행과 달리 수신으로만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수신규모가 줄면 대출 규모도 감소하게 된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중·저신용채무자의 상환능력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저축은행의 9월 말 연체율은 6.15%까지 치솟은 바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 실적 악화가 뚜렷해지는 만큼 저축은행들의 여신운영 역시 보수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를 1%포인트 낮출 때마다 이자비용 1조원을 아낄 수 있다”며 “수신규모 감소는 자금이탈이라기보다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한 자구노력”이라고 했다. 부동산 시장 등 경기 침체 영향으로 당분간 건전성 지표가 계속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권은 보수적인 영업 전략을 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저축은행들은 초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5대 저축은행의 경영활동 경비는 729억원으로 지난 분기(797억원) 대비 8.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963억원)과 비교하면 24.3% 줄었다. 인건비도 큰 폭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적게는 3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 가량 인건비가 감소했다. 이는 저축은행의 직원 수를 줄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 신규 채용보다 이탈이 늘고 있다. 5곳 저축은행의 임직원 수는 올해 3분기 총 33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532명)보다 4.3%(153명) 감소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실적 우려를 고려하면 내년까지 비용 감축과 관련해 비슷한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높은 조달비용과 부동산 금융 등 부실 확대에 따른 건전성 부담 확대로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디레버리징(부채정리)이 진행됐다”면서 “(올해 3분기 실적 부진의 원인은) 조달비용 급증 및 대손비용 증가가 원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예상되고 있으나 여전히 조달비용 수준이 높다”며 “이밖에도 부동산 금융 부실, 연체율 상승 등으로 대출자산의 축소 및 수익성 부진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