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제1야당 대표'를 향한 정치 테러

2025-01-07     조석근 기자
조석근
대한민국 의전서열 1위는? 대통령이다. 대내적으로 행정부 수반, 국정의 최종 책임자이면서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다. 2위는 국회의장, 3위와 4위는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이다. 순위와 무관하게 나란히 사법부를 대표한다. 국무총리가 그 다음 5위, 중앙선관위원장이 6위다. 대통령 이하 소위 '5부 요인'들이다. 외교부 의전실무편람에 의한 구분이다. 헌법상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지위는 그 우열을 정할 수 없지만 최대한 그 원칙은 반영된다. 그렇다면 7위와 8위는 각각 누구일까. 여당 대표와 교섭단체 야당 대표다. 9위 국회부의장보다 위다. 감사원장 이하 경제부총리(기재부 장관)와 사회부총리(교육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대통령 비서실장, 각 부처 장관들이 그 아래 순위다. 제1야당 대표가 흉기 피습으로 중상을 입었다. 가까스로 치명상을 피했지만 긴급 후송 후 안정을 취하는 중이다. '이재명'이라는 이름을 지워야 사건의 본질이 드러난다. 국가 의전서열 8위의 교섭단체 야당 대표. 아니 소속 의원 167명의, 민주화 이후 가장 큰 야당 지도자를 겨냥한 테러, 살인미수 범죄가 그 본질이다. 좀 더 직접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경제부총리나 사회부총리, 또는 국정원장,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런 일을 당해도 심각한 범죄이자 국가 체제에 대한 위협이다. 피해자가 중소벤처기업부, 여성가족부 장관이라도 마찬가지. 이들이 테러를 당해도 젓가락으로 찔렸다, 목에 1cm 찢어진 상처(열상)일 뿐이다. 헬기를 얻어 탔으므로 특혜다, 부산 의료 수준을 무시한 처사다 같은 한가한 주장들이 쏟아졌을까. 제1야당 대표는 날이 선 도검류 흉기에 경정맥을 절단 당했다. 현장과 부산대 병원, 서울대 병원으로 각각 이송되는 과정의 헬기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라도, 아무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등산 중 뱀에 물려도, 무인도에서 낚시 하다 심혈관 이상을 느껴도 직접 119를 통해 부를 수 있다. 우리들의 대한민국은 허술한 나라가 아니다. 소방은 반드시 구하러 오고 병원은 꼭 치료해준다. 아주 가끔 예외는 있지만···. 부산 신공항을 지원하는 자리에서 당한 일이다. 부산 의료진만 굳이 차별할 의도라는 게 말이 안 된다. 부산대, 서울대, 소방청의 빈틈 없는 협조가 입법부 최고위 요인 중 한 명을 무사히 구출했다. 그 이상의 논란은 현장 실무자들의 행위에 정치색을 입히는, 심각한 모욕이다. 그럼에도 누군가 왜 이런 '논란'들을 만들었을까. 이재명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번도 제1야당 대표와 공식적인 회담을 가진 적 없다. 국정을 논의한 적이 없다는 뜻이다.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다. 법무부 장관은 제1야당 대표을 겨냥해 노골적으로 '범죄자', '잡범' 같은 단어들을 거론했다. 대장동 사건에서 결정적 증거가 안 나오자 성남FC, 백현동, 대북송금, 법인카드로 혐의는 늘어만 갔다. 지난 2년 사이 400차례 가까운 압수수색과 관련자 수백명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이런 정치적 환경, 분위기 속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적어도 이재명 반대자들에게 '이재명은 범죄자인가?'라는 질문보다 '이재명은 범죄자여야 한다!'는 당위가 더 중요해 보인다. 이재명 살인미수범은 언젠가 법정에서 '범죄자'를 처단한 '용기 있는 시민'이라고 스스로를 변호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