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거부권 정국'…여야 '쌍특검' 놓고 정면 충돌

尹, 임시 국무회의서 심의·의결 직후 '재의요구권' 재가 취임 후 4번째…野, 이르면 8일 권한쟁의심판 청구 검토

2024-01-07     염재인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주가조작)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재가하면서 '거부권 정국'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야권이 이에 대한 대응 카드로 권한쟁의심판 청구 검토를 꺼내 들면서 쌍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7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쌍특검법과 관련해 지난 5일 임시 국무회의 심의·의결 직후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28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쌍특검 법안이 정부에 이송된 지 하루 만이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 이유에 대해 야당의 '총선용 공세'라는 주장이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국무회의 의결 직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번 특검법안들은 총선용 여론조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많은 문제점이 있다"며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항상 여야 합의로 처리해 오던 헌법 관례를 무시했고, 재판 중인 사건 관련자들을 이중으로 과잉 수사해 인권이 유린당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취임 이후 4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 5월 간호법 제정안을 국회로 돌려보낸 바 있다. 지난달에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국회에서 다시 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석수를 합해도 이 기준을 충족시키기 어려운 탓에 당시 이들 법안은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 폐기됐다. 야당은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에 대해 '가족 비리 방탄용'이라는 입장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쌍특검법이 의결된 이후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족 비리 방탄을 위해 거부권을 남용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방탄 국무회의"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번 거부권 행사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자신의 가족 비리 의혹과 관련된 특검 법안을 막아선 것이어서 야권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야당은 대통령 가족이 연관된 법안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적법한지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홍 원내대표는 "역대 어느 대통령도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과 관련한 특검 검찰 수사를 거부한 적은 없었다"며 "가족 비리 방탄을 위해 거부권을 남용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이라도, 대통령 가족이라도 예외가 돼선 안 된다"며 "국민에게 맞서서 이기는 권력은 없다. 국민 심판과 저항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