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원을 보호하라” 농진청 AI 비상

가금류 2만여 점…씨닭 보존 축산과학원 폐쇄
위기경보 최고 ‘심각’ 발령…근무자 퇴근 금지

2014-02-02     인터넷뉴스팀
[매일일보] 조류 인플루엔자(AI) 차단방역을 위해 대한민국 농·축산업의 요람인 농촌진흥청이 2일 사실상 폐쇄됐다.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에 위치한 농진청은 서호와 붙어 있으며 이 서호에서 지난달 28일 폐사한 철새 큰기러기에서 조류인플루엔자 ‘H5N8’형 바이러스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가금류를 포함한 축산 연구를 전담하고 있는 농진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은 농진청 본청에서 10㎞ 정도 떨어진 권선구 오목천동에 위치하고 있지만 철새의 이동성을 고려할 때 전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축산과학원은 유전적 가치가 뛰어난 국가 자산인 씨닭 703마리를 보존하고 있다. 농진청은 수원과 충남 천안, 전북 남원 등 3곳에 닭과 오리, 알 등 가금류 유전자원 2만여 점을 분산 보존하고 있지만 자칫 과학원 주변에 AI가 퍼질 경우 수십 년 연구 성과가 땅에 묻힐 수 있다.

농진청은 서호 철새에서 AI가 검출된 후 주요 출입문 3곳을 모두 폐쇄하고 필수 인력만 철저한 대인 소독 후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또 서호 둘레는 물론이고 서호로 유입되는 소하천 주변을 차량을 이용해 수시로 방역하고 있다.

설 연휴 마지막 날 서호 주변 공원을 찾은 시민에게도 AI 검출 상황을 알리고 발길을 돌리도록 홍보하고 있다. 서호는 0.33㎢ 규모의 저수지로 큰기러기를 비롯 흰뺨검둥오리, 가창오리, 물닭 등 수백 마리의 철새가 겨울을 보내고 있다.

가금류 유전자원을 보존하고 있는 축산과학원은 이미 지난달 27일 폐쇄됐다. 농진청의 자체 위기경보 4단계 중 최고 수준인 ‘심각’이 발령돼 축산과학원 근무자는 퇴근 없이 원내에 상주하면서 하루 3회 이상의 예찰과 소독 활동을 펼치며 AI 차단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홍성구 원장은 “현재 축산과학원이 보유하고 있는 가금류 유전자원은 한국전쟁과 급격한 산업화 과정으로 멸실 위기를 맞았던 것을 우리 연구진이 20년 이상 걸려 복원한 것”이라며 “철저한 예찰과 소독으로 조류인플루엔자로부터 국가 가금유전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전 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