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CB 발행 급증...‘주가 하락 주의보’
장 호황에 오버행...주주가치 희석에 주가 급락 우려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며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이 전환사채(CB) 발행을 늘리고 있다. CB의 주식매수선택권이 행사될 경우 주주가치가 희석되거나, 오버행(대규모 물량 매도)이 발생할 수 있어 주가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리패스, 라이트론 등 거래소 상장 기업들 다수가 올해 추가 CB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CB(ConvertableBond)란 주식 매수 옵션이 포함된 채권으로 투자자는 시황이 좋을 경우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반대의 경우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해 이자 수익을 볼 수 있다. 발행회사의 입장에서는 옵션이 없는 다른 채권보다 싼 이자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의약물질을 만드는 코스닥 상장사 올리패스는 운영자금 3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CB를 발행한다. 전환 행사 금액은 주당 792원으로 전환 후 주식수는 3787만8787주다. 전체 발행 주식의 52.75%의 비중을 차지한다. 오는 9일 청약을 거쳐 8월 28일 납입 예정이다.
통신장비업체인 코스닥 상장사 라이트론 역시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110억원의 CB를 발행한다. 전환가액은 주당 2157원으로 전환 행사가 일어 나면 주식총수 대비 비율은 17.81%다. 오는 5월 청약하며 납입일은 7월 5일이다.
이 외에도 바이옵트로, SG, 싸이토젠, 코센 등 다수 거래소 상장사들이 추가 CB발행을 검토 중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기업 경영 환경이 악화돼 운영자금을 목적으로 CB를 발행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 기업이 지난해 하반기에 발행한 CB는 2조8745억원으로 발행액은 전년 동기(2조1042억원)보다 36.6%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88.1% 늘었고, 코스닥은 21.8% 증가했다.
CB발행 기업의 자금 조달 목적은 인건비, 재료비 등 운영자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 CB 발행 기업을 조사한 결과 기업의 절반 가량이 발행 목적을 인건비, 재료비 등 운영비로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CB발행이 늘면서 관련 종목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증권가에서 나온다. 채권의 주식 전환가액은 청약 당시 정해지지만 주가가 올라가면 옵션 행사 유인이 크게 작용해서다. 이 경우 오버행이 발생하며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
물량이 쏠리면서 거래소에서 투자경고 종목 등으로 분류돼 거래가 정지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CB를 발행한 네오셈은 투자경고 종목에, 와이더플래닛은 투자위험 종목에 각각 지정된 바 있다.
또 사채 발행 목적이 기업의 기본적인 운영 자금인 만큼 회사의 재무 상황에 대한 면밀한 조사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CB발행이 반복될 경우 재무 건전성에 대한 악재로 해석될 수 있어 이런 종목의 접근에 신중해야 한다고 업계 전문가는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