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반도체 중심 경기 부진 완화에도…고금리에 소비·투자 둔화"
8일 한국개발연구원 '1월 경제동향' "우리 경제, 경기 저점 지나 회복세"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부진이 완화되고 있지만, 고금리 기조에 소비와 투자 등 내수는 둔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가 '내수 둔화'를 언급한 것은 지난달에 이어 2개월째다. 다만 우리 경제는 전반적으로 경기 저점을 지나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KDI는 8일 발표한 '1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가 다소 둔화하는 흐름을 보였으나,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금리 기조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모두 둔화되는 모습이지만,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기 부진 완화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KDI는 '12월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는 내수 둔화에도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서서히 완화되는 모습"이라며 지난 3월 이후 9개월 만에 '내수 둔화'를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 소매판매(상품소비)는 전년 동월 대비 0.3% 내려 전월(-4.5%)보다 감소 폭이 줄었다. 그러나 KDI는 이태원 참사로 인해 소비가 위축된 데 따른 기저효과와 승용차 할인행사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감소 폭이 축소된 것이라고 봤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97.2→99.5)는 시장금리 하락 등 영향으로 소폭 상승했다.
서비스업 생산(1.9%)은 숙박·음식점업(-3.3%)과 도소매업(-1.5%)을 중심으로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계절조정 기준 전달과 비교했을 때도 10월(-0.9%)과 11월(-0.1%)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다소 둔화하는 모습이다.
설비투자도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설비투자의 경우 높은 반도체 재고와 고금리 기조 영향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11월 설비투자는 마이너스(-) 11.9%로 전월(-9.9%)에 이어 감소 폭이 커졌다. 건설투자 역시 수주 부진 영향으로 토목 부문이 -2.6% 감소 전환하는 등 전반적으로 둔화하는 모습이다.
물가상승세는 내수 부진이 지속하면서 완만히 둔화하는 모습이다.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3.3%)보다 낮은 3.2%를 기록했다.
KDI는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경기 저점을 지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수출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경기 부진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2월 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반등했다. 반도체 수출액 증감률은 지난해 1분기 바닥을 찍은 이후 개선세를 보이기 시작, 지난해 12월 기준 증가율은 21.8%를 기록했다. 여기에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수출 강세(17.9%)도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며 힘을 보탰다.
제조업 업황전망기업실사지수(BSI)는 내수와 수출 경기의 차이로 제조업 내수기업의 업황전망심리지수는 하락세를 보인 반면, 수출기업의 업황전망심리지수는 완만한 상승 흐름을 지속했다.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수입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무역수지(37억8000만달러→44억8000만달러)는 흑자 폭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