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인물論]⑥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현대차그룹 ‘재무·기획통’…현대로템 살린 구원투수 투명수주심의위원회 설립, 비핵심 종속회사 지분 매각 부채·총차입금 줄이고 수주잔고는 역대 최대로 탈바꿈

2025-01-10     이상래 기자
이용배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의 세대교체 인사 속에서 유임에 성공한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이 올해도 방산 부문의 수익 극대화에 나선다. 이를 통해 현대로템의 위상을 키워 방산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2020년 취임한 이 사장은 올해 'New Rotem 4.0' 시대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현대로템은 사상 최대 규모의 수주 잔고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로템의 수주 잔고는 18조1694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로템이 역대 최고 수주 잔고를 기록한 배경에는 이 사장의 경영능력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2018년과 2019년 적자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할 정도로 경영난을 겪었지만 현대로템은 이 사장 취임 이후 해외 수출 확대 및 수익성 중심 경영에 힘입어 경영 정상화가 본궤도에 올랐다. 현대로템은 2022년 우리군의 주력 지상무기체계인 K2 전차가 최초로 폴란드에 수출됐고, 이집트 카이로 전동차 공급사업(2022년)과 호주 퀸즐랜드 전동차 공급 사업(2023년) 등 대규모 해외 수출이 성사됐다. 이러한 대규모 해외 수출에는 이 사장의 '근면함'도 힘을 보탰다. 이 사장은 본인이 직접 발로 뛰며 국내외 사업 현장을 챙기는 근면함으로도 유명하다. 이 사장은 지난해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는 행사 일정 내내 각국 장성 및 관계자들과 직접 명함을 교환하며 현대로템의 제품 포트폴리오와 중장기 비전을 적극 홍보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주력인 철도 부문과 방산 부문 모두 해외 시장을 확대하면서 이 사장의 '글로벌 중심 경영'이 실적 개선에 큰 몫을 했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현대자동차 경영관리실장과 기획조정3실장을 거쳐 현대위아의 기획·재경·경영지원·구매담당 부사장, 현대차증권 사장을 지냈다. 이 사장은 현대차그룹 내에서 경영관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갖춘 최고경영자로 꼽힌다. 이 사장은 2020년 경영난을 겪던 현대로템의 ‘구원투수’로 부임했다. 당시 현대로템은 2010년대부터 지속된 국내 철도차량 시장의 기업 간 과도한 경쟁으로 경영 실적이 악화된 상황이었다. 이 사장은 취임 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했다. 비핵심 종속회사의 지분을 매각하고, 그룹사에 의왕연구소 내 부지와 건물을 878억원에 정리했다. 또 기존 보유 부동산의 가격을 재평가하는 등 자산 재평가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이외에도 차입금을 상환해 재무 구조를 개선했다. 특히 현대로템의 재무적 지표는 일제히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대표적으로 현대로템은 실적 개선과 재무구조 개선에 힘입어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에서 ‘A’ 등급을 획득했다. 현대로템이 국내 3대 신평사로부터 A등급을 획득한 건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도 이 사장 취임 후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로템의 부채비율은 208%를 기록했다. 2019년 부채비율은 363%에 달했는데, 이 기간 동안 155% 감소했다. 2019년 말 1조4820억원에 달했던 총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6910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총차입금 규모가 약 8000억원 감소하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됐다. 이는 현대로템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2019년 말 현대로템의 연간 이자비용은 약 500억원에 달했는데, 올해 연간 이자비용은 약 3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자비용은 금리 상승기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 사장은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강조했으며 금융비용을 줄이기 위해 부채 규모를 감축해 왔다. 이 사장은 올해 ‘완벽한 품질확보와 미래 기술 상용화를 통한 New Rotem 4.0 시대로의 전환 가속화’를 경영 방침으로 정했다. 주력 사업의 경쟁 우위를 강화하고 미래 시장 및 글로벌 시장에 대한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로템의 경영 정상화가 본 궤도에 오른 만큼 주력 사업과 미래 기술의 역량을 더욱 강화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