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 잃은 중소기업 현장…‘청년강소기업’이 열쇠 될까
29세 이하 고용보험 가입자 지속 감소 청년강소기업, 월급·고용유지율 높아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고령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청년강소기업’이 미스매칭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9일 고용부의 ‘2023년 12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고용보험 상시가입자는 1515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9만6000명 증가했다. 수치는 증가했지만,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증가한 인원 중 절반에 가까운 13만8000명이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외국인 가입자라서다.
반면 29세 이하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속 감소하고 있다. 20대가 인구 감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연령층인데 더해, 고용 시장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중소기업계 인력난도 여전하다. 특히 청년층의 기피 현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복지 수준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1순위는 임금 수준의 차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0월 20일∼11월 1일 청년 구직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청년 구직자가 희망하는 월 급여는 평균 323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자세히는 3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이 40.7%로 가장 많았다. 300만원 미만은 38.4%, 400만원 이상은 20.9%에 그쳤다.
학력별로도 다소 차이를 보였다. 최종 학력이 대졸 이상인 경우 400만원 이상을 바란다는 응답이 39.1%로 더 높았다. 이들이 희망하는 월 급여는 평균 366만2000원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OECD 교육 지표 2022’에 따르면, 한국은 25~34세 청년 중 대학 졸업자 비율이 69.3%로 OECD 38개국 중 1순위다. 이처럼 ‘대졸자’들은 많지만 이들이 고려하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이 직업 선택 시 가장 고려하는 요소 역시 급여 수준(47.4%)이었다. 중소기업 취업을 고려하지 않는 응답자 356명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복수 응답) 낮은 연봉 수준을 고른 응답자가 55.3%으로 절반을 넘겼다.
통계청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수치를 보면 2021년 기준 영리기업 중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월 266만원(세전 기준)으로 대기업(563만원)의 47.2%에 그쳤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 소득은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6년 대기업의 44.7%였다. 이어 2017년 45.7%, 2018년 46.1%, 2019년 47.6%, 2020년 49.0%, 2021년 47.2% 등으로 절반을 밑돌고 있다.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하다보니 결국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층이 늘어났다. 통계청의 ‘2023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일할 능력은 있지만 특별한 사유 없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 중 20대는 32만2000명에 달했다.
이에 청년강소기업이 미스매칭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용노동부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과 양질의 일자리 정보 제공을 위해 매년 청년친화강소기업을 선정해 발표한다. 올해는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을 결격 요건에 추가하고, 2030 자문단 등의 의견을 수렴해 임금 상승률, 청년친화적 기업문화 조성, 공정채용 관련 항목을 선정기준에 반영했다.
그 결과 올해 청년강소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의 평균 월 중위임금은 315만원, 평균임금은 317만9000원으로 일반기업에 비해 각각 119만8000원, 108만1000원 많았다.
평균 월급도 높았지만, 청년강소기업은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이들 기업은 평균 19.7명의 근로자를 신규 채용했는데, 그중 청년은 13.8명으로 70.1%에 해당했다. 일반기업보다 신규 근로자는 7.8명, 청년근로자는 9.3명 더 채용한 셈이다.
청년근로자 비율 역시 평균 48.3%로 일반기업보다 20.2%포인트(p) 높았고, 청년고용유지율은 평균 81.6%로 일반기업(69.7%)보다 11.9%포인트 높았다. 근속기간도 일반기업보다 1년 이상(371일) 더 길었다. 중소기업 현장의 고령화와 잦은 이직으로 인한 기업의 손실 역시 다소 보완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A씨는 “최근 경제가 어려운 만큼 청년 구직자들은 회사를 선택할 때 급여 수준을 예전보다 더욱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소규모 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만큼의 급여를 주기는 어렵지만, 기업의 자구노력에 더해 정부의 지원도 더해지면 청년들이 찾는 일자리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