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양지(陽地)만 바라보는 '총선용 인사'는 필패다
2025-01-09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이르면 이번주 일부 비서관급 교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장·차관급 개각에 이어 사실상 마지막 인사다.
앞서 윤 대통령은 장·차관을 대상으로 한 '총선용 인사'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4일 기획재정부·국가보훈부·농림축산식품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중소벤처기업부 등 6개 부처를 대상으로 중폭 개각을 단행한 바 있다. 같은 달 27일에는 기재부·국토부·해수부·여가부 등 차관급 6명에 대한 후임 인사를 단행, 개각을 마무리했다. 비서관급 인사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이 오는 11일인 만큼 이전에 교체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윤 대통령의 검찰 출신 측근으로 알려졌다. '회전문 인사'의 최종 목적지는 총선 승리일 것이다. 다만 한 국가의 지도자가 보이는 행보라고 하기에는 너무 노골적이어서 당혹스러울 뿐이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표적인 예다. 방 장관은 총선용 교체를 진행한 장관 인사에서 3개월의 짧은 임기를 마쳤다. 차관 인사의 경우 다수가 재임 기간이 6개월 미만이다. 이쯤 되면 총선 출마용 '스펙 쌓기'다. 설상가상 이들 중 다수는 영남 등 보수 우세 지역에 출사표를 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부산, 김오진 전 국토부 1차관은 대구 달서갑 혹은 경북 김천, 박성훈 전 해수부 차관은 부산 해운대갑 출마가 거론되고 있다. 이번 비서관급 인사에서 교체가 유력한 강명국 국정기획비서관과 주진우 법률비서관은 각각 TK(대구·경북)와 부산 출마가 제기된다. 이미 대통령 지지율 등 각종 지표에서 빨간불이 깜박인 지 오래다. 여당이 악화된 민심에 '중진 불출마 및 험지 출마'라는 쇄신에 골머리를 썩고 있을 때 대통령은 절박한 민생은 외면한 채 '양지 출마'에만 골몰하고 있다. 보수 텃밭이라면 자신의 측근을 손쉽게 당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다. 전문가들도 대통령 측근의 '양지 출마'에 대해 총선에서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그 누구도 아닌 윤 대통령과 정부를 평가하는 선거다. 윤 대통령은 이미 30%대의 저조한 대통령 지지율,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세한 '정부심판론'이라는 두 번의 경고장을 받아들었다. 총선 참패라는 '삼진아웃'을 받아 들고 싶지 않다면 손에 움켜쥔 '악수(惡手)'를 내려놓고, 민생을 살리기 위한 국정운영에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