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특별법, 野 단독 통과···쌍특검 재의결은 불발
9일 본회의···여야 '극한 대치' 계속
2024-01-09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9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여야가 세부 내용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야당 단독으로 특별법이 의결됐다. 국민의힘은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곧바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대신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이태원특별법을 의결했다. 여야 합의가 아닌 야당 단독 처리였다. 당초 여야는 특별법 처리에 상당 부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특별조사위원회 구성과 권한, 상임위원 추천 방식 등에서 입장차를 보이며 합의 처리가 무산됐다. 여야의 쟁점 사항은 특조위원 구성이었다. 관련해 여야의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대신 특별검사 조항을 없애고, 정치 쟁점화를 막기 위해 법 시행 시기도 4월 총선 이후로 미루자는 중재안을 마련했다. 또 의장이 1명, 국민의힘이 4명, 민주당이 4명, 유가족단체가 2명을 각각 추천하도록 하는 수정 내용도 제시했다. 민주당은 의장 중재안을 수용할 입장을 밝혔지만, 국민의힘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김 의장이 민주당 출신인 점, 유가족단체가 야당과 가까운 점을 들어 "사실상 여당 측 4명, 야당 측 7명 구조"라며 "야당에 편향된 특조위를 구성하자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협상이 결렬된 것에 대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아쉽게도 여야 간 합의를 위해 국회의장 중재안을 갖고 많은 노력을 했으나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여당이 사실상 특별조사위를 처음에 수용하지 않으려다 이후에 받는 조건으로 끊임없이, 과거 세월호 참사 때와 같이 특조위 무력화를 위한 여러 수정 제안을 반복해 협상이 결렬될 수밖에 없었던 것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특별법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고, 곧바로 규탄대회를 열었다. 다만 법안이 단독으로 통과된 이후에도 협상한 사례는 있어 여야의 협상 창구가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곧바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지는 않은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태원 참사가 국민적 관심사라는 점, 특별법에 일방적으로 반대할 시 총선에서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여야가 관련해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민의힘이 주장했던 쌍특검(김건희 특검·대장동50억클럽특검) 재의결도 이날 절차를 밟지 못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연 의원총회에서 "쌍특검 재의결 절차가 있는데 이 문제는 우리가 오늘 처리하지 않기로 했다"며 "언제 할지 정확한 날짜는 당분간 기약할 수 없다. 당분간 재의결 절차를 밟을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식용 목적으로 개를 사육, 증식, 도살하는 것을 금지하는 '개식용 금지법'이 이날 본회의를 통과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해 11월 당정협의를 통해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