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세계 경제 ‘L자형’ 장기 저성장 진입, 성장잠재력 확충 서둘러야
2025-01-10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매일일보 | 올해 세계 경제가 ‘L자형’ 장기 저성장 진입의 첫해가 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 4일(현지 시각) 유엔 경제사회국(DESA)은 ‘2024 세계 경제 상황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하고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5월 대비 0.1%포인트 낮춘 2.4%로 하향 조정했다. DESA의 보고서는 “2025년엔 세계 경제 성장률이 2.7%로 다소 높아지겠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의 세계 경제 성장률 추세치(3.0%)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난해 세계 경제가 경기 침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라고 경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해 10월 전망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0%(추정치)보다 0.1%포인트 낮은 2.9%로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세계은행(WB)의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2.7%, 2.4%로 IMF보다 더 낮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역사적 평균(2000~2019년) 성장률 3.8%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팬데믹 후유증과 지정학적 불안, 주요국의 통화 긴축 정책과 재정 지출 감소 등이 경기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평가도 여전히 낮다.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당겨쓴 여력, 압박받는 성장’을 올해 키워드로 제시하며 세계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했고, LG경제연구원도 지난해 12월 25일 발표한 ‘2024년 거시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애초 올해 예상된 세계 경제 침체가 미뤄져 내년 중반부터 현실화할 것”이라며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2.9%)보다 낮은 2.4%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는 세계 경제가 ‘L자형 장기 저성장’에 본격 진입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지난해 예상되던 침체가 미뤄진 ‘이연된 침체’”라고 설명하고 앞으로 5년간 세계 경제의 평균 성장률은 2.6%로 코로나19 이전 5년(2015~2019년) 평균인 3.4%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물가·고금리, 부채 증가 등이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본격화하는 데다 경기 부양을 위한 주요국의 재정·통화정책 수단이 한계에 이른 탓이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지속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확전, 중국 경기 침체 등 리스크 요인이 언제 세계 경제를 덮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수출 회복 등에 따라 우리 경제가 올해 2.2%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둔화하면 대외 의존도가 70~80%에 이를 정도로 높은 한국 경제가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또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마저 잠재성장률을 겨우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 2.2%는 1% 초중반 대로 예상되는 지난해 성장률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나아지고 있는 반도체 등 수출 개선의 효과로 올해 경기 회복세가 강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 2.4%보다는 0.2%포인트 내려간 전망이다. 고물가ㆍ고금리 기간이 길어지면서 내수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활력있는 민생경제’로 잡았지만, 경제 현장의 체감 경기는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경제의 주력인 수출은 작년에 7.4% 감소에서 벗어나 올해 8.5% 증가가 예상되고, 경상수지 수지 흑자도 50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수출 중심의 경기 회복세의 온기가 민생현장으로 바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는 올해 민간 소비가 1.8% 증가할 것으로 봤다. 정부가 작년 7월에는 올해 민간 소비 증가율을 2.2%로 예상했던 점을 고려하면 내수 여건은 작년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봤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3.6% 오르면서 정부 예상치 3.3%를 웃돌았다. 올해 소비자물가도 작년 7월 전망치 2.3%보다 높은 2.6%로 예상됐고, 올해 상반기까지는 3%대 물가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 위축 전망 배경에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물가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수 시장에 큰 영항을 주는 건설투자 위축도 피하기 어렵다. 이미 건설투자의 선행지표인 건설 수주가 작년 11월 누계로 1년 전보다 26.4%나 감소한 상태다. 정부는 올해 건설투자가 1.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성장 장기화 위기 국면 탈출을 위한 근본 해법은 무엇보다도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제 전반의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첩경이다. 정부는 결연한 의지를 갖고 강력한 실천을 통해 세제·금융 지원, 규제 혁파 등 전방위적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초격차 기술 개발과 신산업 육성을 유도하는 데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OECD 회원국 평균보다 훨씬 높아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법인세율(지방세 포함 최고 26.4%│OECD 평균 23.6%)과 상속세율(주식 포함 최고 60%│OECD 평균 14.5%)도 서둘러 낮춰야만 한다. 미·중 공급망 갈등, 미국 고금리 장기화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이 국내로 전이되지 않도록 위기관리 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도 긴요하다. 이와 함께 노동·교육·연금 등 구조 개혁을 서둘러 시행하는 등 저성장 기조 탈출을 위한 성장잠재력 확충도 시급하다. 신성장 산업 발굴 및 육성, 노동 생산성 제고, 국내 투자 활성화, 기술혁신 등에 대한 구체적인 혁신 생태계를 강화하는 것도 화급하다. 무엇보다도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함정에 빠져들지 않도록 잠재성장률을 끌어 올리기 위한 신산업 육성, 저출산 해소 등의 대책 마련이 중요함을 명찰하고 올해 경기 회복세를 강화하고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정책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만 한다. 노동계와 경영계 각자 요구 입장이 첨예하고 이견도 큰 만큼 노사정은 한국노총의 사회적 대화 복귀를 계기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대타협을 통한 상생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야만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