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韓, 올해도 ‘긴축 경영’ 지속될까

‘금융불안지수’ 상승해 위기 단계 근접 한국 기업들, 올해 현상유지·긴축 예상 중장기적인 시각선 신사업동력 확보해야

2024-01-10     김혜나 기자
글로벌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글로벌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도 불확실성에 요동치고 있다.

10일 한국은행의 ‘2023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단기적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는 지난해 11월 말 19.3포인트(p)까지 상승하며 위기 단계(22)에 근접했다. FSI는 금융안정 관련 실물·금융 부문의 20개 월별 지표를 표준화해 산출한다.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불안감 등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8포인트 이상이면 ‘주의’, 22포인트 이상이면 ‘위기’ 단계로 일컫는다.

과도한 부채가 금융 불안정성을 더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3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 신용(자금순환통계상 가계·기업 부채 합) 비율(추정치)은 227.0%로 집계됐다.

금리 역시 당분간 긴축 기조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을 통해 “기준금리는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인 2%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충분히 장기간 긴축기조를 지속하겠다”며 “가계부채에도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같은 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완화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결과를 포함해 앞으로 성장·물가 지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을 이어가겠다는 기조에 변화가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여기에 지정학적·공급망 리스크도 건재해 올해도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계는 본격 긴축경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전국 30인 이상 기업 204개사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기업 경영전망 조사’ 결과에서 엿볼 수 있다. 경영 계획을 수립한 기업 중 82.3%(현상유지 44.0%+긴축경영 38.3%)가 올해 경영계획 기조를 ‘현상유지’ 또는 ‘긴축경영’으로 삼았다.

아울러 올해 기업의 자금 상황에 대해 자금 상황이 ‘어려울 것’이란 응답(53.5%)이 ‘양호할 것’이란 응답(46.6%)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300인 미만 기업(57.8%)에서 300인 이상 기업(46.1%)보다 높았다.

경총이 30인 이상 기업 204개사 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채용 계획을 세웠다는 응답이 54.6%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대비 채용을 축소하겠다는 응답도 30.5%에 달했다.

반면 채용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라는 응답은 14.9%에 그쳤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인력을 뽑겠다고 계획한 기업이 10곳 중 2곳도 되지 않는 셈이다. 또한 이들 기업의 58.4%는 향후 5년 내 필요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는 추가 인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채용 계획을 보수적으로 설계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저성장 국면에도 기업들은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신사업 발굴과 육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3년 중소기업 경영실태 및 2024년 경영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올해 핵심 경영 전략(복수 응답)으로 ‘신규사업 추진 등 사업 다변화’가 57.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원가절감 및 긴축’(42.4%), 금융리스크 관리 강화, 신규판로 확대(각 25.8%) 등 순이었다. 중소기업 경영 안정과 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복수 응답)으로는 ‘금융비용 부담 완화’(64.6%) 비중이 가장 높았다. ‘주52시간제 개선 등 노동유연화’(35.4%), ‘R&D 및 시설투자 지원확대’(27.4%)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중장기적으로 중소기업 경영에 가장 불리해 대비가 필요한 요소로는 50.8%이 ‘노동인구 감소’를 선택했다. 이어 ‘산업변화에 뒤처진 규제(26.6%)’, ‘첨단 기술수준과의 격차확대(10.2%)’ 순이었다.

기업들이 당장은 긴축 재정에 돌입하더라도, 중장기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필수 요소인 신사업 발굴 및 육성을 위해선 이를 뒷받침해줄 규제 해소와 인력 정책 등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다시 확대되고 있지만 전체적인 기업들의 체감 경기 회복세는 다소 미미하다”며 “중소기업의 사업 다변화 등 신산업동력 확보를 위해선 이를 가로막는 규제개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