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기획:배진교] 예산안 밀실 짬짜미 '소소위' 막는다

'소위·분과위·예결산특위' 이외 기구 예산안 심사 금지 올해 예산안 감액 90%·증액 전액 '소소위'서 결정

2024-01-10     문장원 기자
배진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21대 국회가 개원 4년 차를 맞아 여러 현안 법안을 발의하고 개정·보완하는 큰 역할을 해왔지만, 반대로 잦은 정쟁과 파행으로 민생 입법에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가 기대와 성원에 걸맞은 유능한 정책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국민은 늘 의심해 왔다. 

이에 <매일일보>는 총선을 앞두고 22대 국회에서는 '민생 국회'·'정책 국회'가 돼야 한다는 바람으로 21대 여야 의원들의 입법 활동 내역을 검증하고, 반드시 처리돼야 하는 법안들을 골라 짚어보는 연중 기획 '나도 일한다'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국회가 지난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도 이른바 비공개 '예산 소소위'를 가동하면서 '밀실 합의'라는 비판을 피해 가지 못했다. 법적 근거가 없는 소소위에서 나라 살림을 소수의 인원이 결정하는 편법이 되풀이된 것이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소위원회와 분과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 공식 회의체가 아닌 비공식 회의에서의 예산안 심사를 원천 금지한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를 통해 예산안 심사 과정의 공개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배진교 의원이 지난달 20일 대표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법적 근거가 없는 수백조원대의 예산안을 주무르는 소소위를 무력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소소위는 공식 기구인 예결산특위의 예산안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를 축소해 만든 비공식 기구다. 예결산특위 위원장과 교섭단체 여야 간사, 일부 정부 관료들만이 참여해 예산의 증액과 감액 항목을 결정한다. 개정안은 소위원회와 분과위원회 또는 예결산특위가 아닌 회의 형태로 예산안을 심사할 수 없도록 규정해 법적 근거 없이 활용되던 소소위를 금지했다. 또 예산액의 증감 및 새 비목을 설치할 경우 상임위원회의 예비 심사 내용 및 위원의 구두‧서면 질의에 근거하도록 했다. 소위원회 심사 결과 보고 시에는 이러한 변경 근거 등을 함께 보고하도록 했다. 배진교 의원은 법률 제안 설명에서 "누가 어떤 이유로 어느 정도의 증액을 요구했는지에 대한 자료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아 예산심의 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며 "소위원회가 아닌 회의 형태로 예산안을 심사할 수 없도록 명문화하고, 개별사업별 증·감 내역 및 그 근거를 예결산특위 전체 회의에 보고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배 의원의 지적대로 그동안 소소위는 수백조원대 예산안을 소수가 모여 회의록조차 남기지 않고 심사해 정당성과 대표성 측면에서 큰 비판을 받아왔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2018년 보고서에서 소소위가 '법적 근거·투명성·대표성' 등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입법조사처는 "국회법 어디에도 소소위에 대한 규정은 없다"며 "소소위에서 예산이 증액되더라도 회의록이 없어 예산 심의 과정의 공개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번 예산안 심사에서도 감액 예산의 90%, 증액 예산의 100%가 소소위에서 결정됐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근거는 공개되지 않았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예산 국회 심의 현황, 문제점, 개선 방안' 보고서를 보면 감액 예산 4조7154억원 가운데 90%에 이르는 4조2282억원이 소소위에서 결정됐고, 10%에 해당하는 4873억원만 회의록이 남는 예결산특위 소위원회에서 결정됐다. 증액 예산도 4조4822억원 전액이 소소위에서 결정됐다. 연구소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예산안 심의 논의 과정은 국민에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러나 실제 국회의 공개된 공식 예결산특위 논의 과정은 전체 예산안 심의의 형식적인 일부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일부 예산안 심의 과정은 정치적 협상 및 타협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일부 예산안 심의가 아니라 대다수의 예산안 심의를 비공개 밀실에서 진행한다는 사실은 큰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여야가 매년 감액 심사는 공식적인 예결산특위 소위에서 진행하면서 증액 심사는 비공식 소소위에서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배진교 의원은 "매년 여야는 마치 약속한 것처럼 예결산특위 소위에서 차기 년도 예산안에 대한 증액 심사는 하지 않고 있다"며 "증액의 심사 권한, 그리고 쟁점이 남아있는 감액 심사에 대한 마지막 칼자루는 여야의 예결산특위 간사와 정책위 의장 그리고 기재부와 관료 몇몇에게 위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의원은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을 어기고 편법으로 운영하는 지금의 예산안 심사를 더 이상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