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 하락 기조에 채권 쥔 금융권 ‘반색’
금리인상 종료에 신한·하나·국민, 1년 간 1兆 이상 평가익
2025-01-11 서효문 기자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팽배해지면서 채권을 보유한 금융권이 ‘반색’하고 있다. 최근 2년간 급격히 상승한 기준금리 여파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채권 운용 실적이 금리 인상기를 지나면서 채권 투자에 우호적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채권 평가이익(손실충당금 변동분 적용 기준)은 1조45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에 3조230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의 채권 평가이익 상승이 가장 높았다. 2022년 3분기 1조9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신한은행은 작년 3분기 3473억원 이익으로 흑자전환, 1년 만에 1조4035억원의 이익을 실현했다. 하나·KB국민은행도 1년새 1조원 이상의 평가이익 상승을 보였다. 2022년 3분기 각각 8123억원, 6684억원의 채권 평가손해를 보였던 이들은 지난해 3분기 2064억원, 3473억원의 평가이익을 기록했다. 상승분은 하나은행 1조187억원, KB국민은행 1조157억원이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3분기 1780억원의 채권 평가이익을 달성, 전년 동기(-6600억원)보다 8380억원 채권 평가이익이 개선됐다. 4대 은행들의 채권 평가이익이 많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금리 인상 릴레이가 사실상 종료됐기 때문이다. 2022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가팔랐던 금리 인상기가 종료됨에 따라 은행들이 보유했던 채권 평가손익이 최대 1조4000억원 이상 개선된 것. 은행들은 가계·기업에 대출을 주고 남은 여유자금을 신용도가 높은 채권 등 유가증권으로 운용하는데 이는 금리 변동에 따라 평가이익이 달라진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여 금리가 올라갈수록 채권 평가손익은 적자를 기록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이날 동결을 포함해 1년간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했다. 이 기간 동안 국고채 3·5년물 금리도 0.315~0.445%포인트(2023년 9월말 기준)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해는 은행들이 보유한 채권 평가이익이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부터 고조되고 있는 금리 인하 기조가 그 근거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국가들은 올해 금리 인하를 실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주연 한은 운용전략팀 과장은 올해 국제금융시장을 전망한 보고서에서 "올 상반기 중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통화긴축 누적효과로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점차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일부 카드사도 2조 원이 넘는 채권 평가이익을 실현했다. 2022년 3분기 채권 평가 이익이 제로였던 현대카드는 지난해 3분기 2조6777억원의 평가 이익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