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민주당 탈당 "김대중·노무현 정신 사라져…새로운 정치 세력 만들 것"

11일 국회서 기자회견 열고 '민주당 탈당' 선언 "'방탄 정당'으로 변질…'수박'으로 모멸 받아"

2025-01-11     염재인 기자
이낙연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늘 저는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기로 했다"며 민주당 탈당을 11일 공식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을 들락날락했지만, 저는 민주당을 한 번도 떠나지 않고 지켰다"며 "그렇게 저에게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난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다. 저는 오랫동안 고민하며 망설였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러나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며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들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2년 동안 전국에서 '수박'으로 모멸 받고, '처단'의 대상으로 공격받았다"며 "저는 그런 잔인한 현실이 개선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악화됐다. 포용과 통합의 김대중 정신은 실종됐다"고 한탄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현 상황이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민주당의 피폐에는 저의 책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특히 민주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2021년에 치러진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기존 당헌을 고쳐가며 후보자를 낸 것은 제가 민주당 대표로 일하면서 저지른 크나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일하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위성정당 허용 결정에 제가 동의한 것도 부끄럽다"며 "저의 그런 잘못을 후회하면서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 품격을 지키고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길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후목불가조(朽木不能不雕),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는 공자의 말씀처럼 지금의 정치로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없다"며 "무능하고 부패한 거대 양당이 진영의 사활을 걸고 극한 투쟁을 계속하는 현재의 양당 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 4월 총선이 그 출발이 되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 바란다"며 "극한의 진영 대결을 뛰어넘어 국가과제를 해결하고 국민 생활을 돕도록 견인하는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고 피력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민주당을 탈당한 비명(비이재명)계 모임 '원칙과상식'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과 연대 의사도 밝혔다. 그는 "저는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하셨던 의원 모임 '원칙과상식' 동지들과 협력하겠다"며 "어느 분야에서든 착하고 바르게 살아온 사람들이 그 길에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김대중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말씀하셨다. 저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가 대한민국을 더는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싸우겠다"며 "그 길은 쉽지 않은 길이다. 저는 그 길이 쉬워서 가려는 것이 아니라, 어렵더라도 가야 하기 때문에 가려 한다.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