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건축 규제 완화 환영하지만, 투기 불씨는 철저히 경계해야
2025-01-11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매일일보 | 정부가 새해 주택시장에 대한 전방위적 규제 완화와 과감한 세제 시혜 조처를 내놨다. 우선 건축 30년 초과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고, 재개발 문턱도 낮아진다. 또한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를 위해 2년 내 신축되는 60㎡ 이하 소형 다세대·다가구·오피스텔 등은 여러 채를 사도 취득·양도·종부세가 면제된다. 공급·수요 양면에서 규제를 대거 풀겠다는 정책인데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경기부양 필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재건축 규제 완화는 반길 일이지만, 다주택자·건설업자에게 혜택을 몰아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투기 불씨를 철저히 경계하고 시장 불안 요인을 신중하고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 1월 10일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로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아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에 따르면 준공된 지 30년이 지난 아파트들은 안전진단 없이 바로 재건축 절차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재건축 패스트트랙 도입으로 서울의 경우 신속 통합기획까지 적용하면 재건축 사업 기간이 최대 5~6년가량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개발 시작 기준인 노후도 요건도 기존의 3분의 2에서 60%로 완화된다. 또 올해와 내년에 신축 소형주택과 지방의 준공한 후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할 경우 세금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해주기로 하는 등 수요 측면의 규제 완화 방안도 내놓았다. 규제 철폐와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은 이번 ‘1·10 부동산 대책’은 큰 방향에서 맞고 바람직하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위기에 처한 건설업계의 숨통을 터주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오히려 공급 부족을 불러 집값을 더 부추긴 측면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3년씩 걸리던 안전진단 문턱이 사라지면 재건축 사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와 내년에 신축 빌라와 오피스텔을 사면 취득·양도·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수요 진작책도 내놨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신규 택지를 조성하는 방안까지 추진된다. 인허가 물량 급감과 전세 사기 등의 영향으로 향후 공급 절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주택공급을 활성화해 보려는 정부의 고민이 녹아들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한 재건축단지조차도 공사비 급등에 따라 사업이 중단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공사 중단의 원인이 된 분담금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재건축 절차를 간소화한다고 당장 공급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많다. 더군다나 안전진단 시점을 늦추고 조합설립 시기를 앞당기는 등 재건축 절차를 조정하려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야 하고 종부세와 양도세 등 부동산 관련 중과세를 완화하기 위해서도 「종합부동산세법」 및 「소득세법」 등이 개정되어야 한다. 재건축 사업의 걸림돌로 지적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추가 완화도 마찬가지로 「재건축초과이익의 환수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당연히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다. 무엇보다 자산 불평등이 유발하는 사회적 부작용을 고려함에 있어서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보인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막대한 개발이익을 발생시키겠지만, 그 혜택은 토지주와 개발업자들에게 집중될 개연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신축 소형주택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한 것은 자칫 ‘갭(Gap)투자(집값과 전세보증금 차액만 갖고 집을 사는 것)’를 다시 부추길 소지가 있어서 우려가 커진다. 그동안의 정책 방향과도 다소 결이 맞지 않아 보인다. 이미 사상 최대인 1,875조 6,000억 원(지난해 3분기 말 기준)의 가계 빚 폭탄만 더 키울 소지가 없지 않다. 이번 ‘1·10 부동산 대책’이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다. 서울 재건축단지가 전국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향후 과잉 공급 등의 후유증 나올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비아파트 시장 활성화 정책도 당연히 서민층 주거 공급에 효과가 있어야 하겠지만 비아파트 시장이 위축된 건 전세 사기 피해 보완책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사기 피해를 막을 제도적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게 급선무다. 투기 세력이 대거 주택쇼핑에 나서도록 방기해서는 안 된다. 작금의 우리 경제 사정은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도 이미 1년 넘게 부동산 거래절벽 현상이 지속되고 있고, 건설 비용 급등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위기, 각종 규제로 건설경기도 거의 빈사 상태에 있다. 현재로선 경기부양이 훨씬 절실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외려 금리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 시장을 살리는 데 불충분하다는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다. 정부가 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실천 방안을 내놔야 하는 이유다. 올해 1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50%로 지난해 2월 이후 8회 연속 동결해서 바로 금리 인하가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자칫 무분별한 재건축·재개발이 당초 예상됐던 금리 인하 기대와 서로 맞물려 투기 자극과 집값 과열을 유발할 수 있음도 각별 유념하여 이런 우려와 비판을 불식할 수 있도록 신중하고도 정교하고 치밀하게 추진하는데 정부 당국의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