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반중' 라이칭더 당선···‘양안 관계’ 험로 불가피
'8년 주기 정권 교체' 깼다···대만 '친미' 정권 4년 연장 안보·경제 불안 예고···中 "중국의 대만"·美 일단 '신중'
2025-01-14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으로 평가받던 대만 총통 선거(대선)에서 독립·친미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이로써 민진당은 차이잉원 총통의 8년에 이어 집권을 연장하며 더욱 공고한 대미 협력 정책을 펼 수 있게 됐다. 다만 중국과의 갈등 고조에 따른 세계적 안보·경제 불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4일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개표 완료 기준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558만6천표(득표율 40.05%)를 획득해 친중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33.49%)와 중도 민중당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26.46%)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라이 후보의 당선은 대만에서 2000년부터 이어진 '8년 주기 정권 교체' 흐름을 깼다는 데 의미가 있다. 차이 총통이 8년 동안 유지해 왔던 친미반중 정책 기조를 최소 4년 더 연장할 수 있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대만 총통의 임기는 4년이며 중임할 수 있다. 라이 당선인도 독립·친미 기조를 유지할 뜻을 피력했다. 라이 당선인은 전날 타이베이 선거 캠프에서 가진 당선 기자회견에서 "대만이 전 세계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계속 민주주의의 편에 서기로 결정했다"며 "중화민국(대만)이 계속해서 국제 민주주의 동맹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전문가들과 외신은 누가 대만 차기 총통으로 당선되든 대만해협을 중심으로 국제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해 왔다. 미중 대리전 성격을 띤 이번 선거에서 미국이 승리하는 그림이 그려짐에 따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는 더 거칠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국의 대만을 향한 군사·경제적 압박은 더 거세질 것이 유력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는 주장을 펴왔지만, 라이 후보의 당선으로 현실성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은 군사 위협과 경제제재를 통해 압박 수위를 끌어올릴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무역의 요충지인 대만 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도 크게 증대될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세계 경제 흐름에 불확실성을 줄 수밖에 없다. 이날 대만 대선 결과에 대해 중국은 반발했고, 미국은 악화할 수 있는 미중 관계를 염두한 듯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의 대만 담당 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라이 후보 당선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다"이라며 "조국이 결국 통일될 것이고, 필연적으로 통일될 것이라는 점은 더욱 막을 수 없다"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캠프 데이비드 출발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대만관계법에 근거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유지하며, 양안 관계의 일방적인 상태 변경에 반대하고 대만의 평화를 추구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한편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MAC)는 "대만이 총통 선거를 순조롭게 마무리했다는 것은 대만 인민이 압박을 두려워하지 않고 민주와 자유의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결의를 드러낸 것"이라며 중국이 대만을 향한 압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