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못 먹어도 고’식 부동산PF, 근본해결책 고민해야
2025-01-14 안광석 기자
매일일보 = 안광석 기자 | 천신만고 끝에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채권단은 워크아웃이 진행되더라도 오너일가를 비롯한 경영진의 의지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 언제든지 절차가 중단될 수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실제로 현대건설이나 금호건설도 오너일가가 막대한 사재와 보유주식을 처분하는 등 노력 끝에 워크아웃체제를 성공적으로 졸업한 선례가 있다. 금융권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보수적으로 전환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던 건설사들도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로 한시름 놓은 분위기다. 이것만으로 괜찮을까. 태영건설은 펄펄 뛰겠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워크아웃이 성공하느냐, 법정관리로 가느냐 여부가 아니다. 기본적인 국내 건설사 사업 진행 구조에 대한 재검토다. 지금처럼 PF대출을 받아 사업을 벌이다가는 과거 쌍용건설처럼 워크아웃 한 번 졸업했다고 또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국내의 경우 부동산개발업자(시행자)가 건축물을 올리고 싶다면, 필요한 부지를 사야 한다. 이 경우 대부분의 토지구입비용을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같은 제2금융권에서 끌어오는데 이것이 브릿지론이다. 이후 시공사를 선정하고 건축을 위한 본PF 대출을 받게 되는데, 해당 대출로 브릿지론 상환을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본PF 상환은 수분양자들로부터 거둔 수익으로 메우는 형식이다. 바꿔 말하면 현재처럼 금리나 공사비가 오르면 상환규모는 물론 채무불이행 리스크도 올라간다는 얘기다. 이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시행사만 다치는 게 아니라 시공사나 수분양자. 금융권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는 점이다. 한국금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미국도 브릿지론을 금융기관에서 끌어오는 형태는 한국과 같다. 그러나 시행사가 투자자를 모아 초기자본금 보유률을 높이고, 브릿지론을 완전히 털고 나서야 본PF가 실행된다는 점에서 국내와 판이하다. 애초 시행사의 자금동원력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부동산 사업을 시행하기는커녕 시작할 생각도 못한다는 것이다. 태영의 경우 시행도 모자라 시공도 병행하면서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려 했으니, 어찌 보면 예견된 결과다. 총선을 앞두고 여러 가지 정치적 배경설에 대한 비판론도 나오지만, 워크아웃 신청을 받아들이기로 한 당국의 결정을 비하하고 싶지는 않다. 당장 우려되는 연쇄부도 사태는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못 먹어도 고!’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금리나 공사비 등 외부변수를 한 치도 가늠할 수 없는 때다. 정치권이 정말 국가경제를 생각한다면 그때그때 일이 터져 옥석가리기에 머리를 싸매기보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