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에도 반도체주 빚투 '쑥'…삼성전자 38%↑
12일 삼성전자 신용잔고 3896억원, 작년 말比 1091억원 늘어 증권가 “실적 개선 속도 더디지만 여전히 시장 주도주 유지 중”
2025-01-14 서효문 기자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새해 들어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 종목에 대한 ‘빚투’는 급증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경우 빚투가 작년 말 대비 약 4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잔고는 3896억원으로 지난해 말(2805억원) 대비 38%(1091억원) 증가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이다. 이 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신용잔고는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7거래일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9일 삼성전자가 시장 기대치를 약 24% 하회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를 발표한 이후에도 신용잔고는 꾸준히 늘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신용잔고는 증가 폭은 삼성전자보다 많다. SK하이닉스 신용잔고는 2141억원으로 지난해 말(1428억원) 대비 49% 늘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용잔고 증가율은 동기간 유가증권시장의 신용잔고 증가율(7.5%)을 5배 이상 웃돌았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종목 주가가 하락한 가운데 현재 반도체 업황이 완전히 돌아서지는 않았다”며 “그러나 추후 개선되면서 앞으로 1∼2년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에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실적 개선 속도가 더디지만 여전히 주도주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주가 추세와 달리 빚투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로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작년 4분기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해 업황 개선에 대한 우려감이 나왔지만 여전히 시장 주도주로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본 것.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2일까지 6.8%, SK하이닉스는 5.2% 하락했다.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것은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실적 개선 속도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지만, 이는 속도의 문제이지 방향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반도체 주도력 약화의 서막으로 보지 않으며 오히려 작년 실적 부진은 올해의 기저효과를 강화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근 증권가는 올해 반도체 기업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지난달 대비 올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삼성전자[005930]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34조525억원으로 한 달 전 대비 327억원 늘었다. SK하이닉스도 8조8222억원으로 2802억원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