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은행맨’ DGB 김태오 용퇴…‘사업구조 다각화·디지털전환’ 등에 총력
김태오 회장 “지속 가능 성장, 역동적 미래 대응 위해 새로운 리더십 필요”
2018년 취임 이후 M&A·모바일 플랫폼 역량 강화 등 종합금융 도약 주도
2025-01-14 서효문 기자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45년 은행맨’ 김태오 DBG금융그룹 회장이 용퇴한다. 2018년 5월 DGB금융그룹 회장에 취임한 그는 약 6년간 대구은행에 편중된 사업구조 타파와 디지털 전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태오 회장의 용퇴가 발표된 것은 지난 12일이다. DGB금융그룹(이하 DGB)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김 회장이 그룹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고 역동적인 미래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할 때라고 밝히며 회장추전후보위원회에 용퇴 의사를 알렸다”며 “2018년 5월 취임한 김태오 회장은 디지털·글로벌 사업 가속화, 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 비은행 계열사의 견조한 성장기반 확보로 대구은행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바꿨다”고 밝혔다.
DGB의 설명대로 김태오 회장은 재임 기간 대구은행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대표적인 것이 M&A다. 그의 체제 속에서 DGB는 하이투자증권, 하이투자파트너스, 뉴지스탁을 인수했다. 그 결과 DGB는 총 10개의 계열사와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에 손자회사를 보유하게 됐다.
M&A를 통한 비은행 계열사 확대 효과는 실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전체 당기순익(3163억원)의 92.98%가 DGB대구은행(2941억원)에 쏠린 DGB는 김 회장 체제 출범 이후 대구은행 편중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연도별로는 ▲2018년 57.83% ▲2019년 77.79% ▲2020년 61.62% ▲2021년 59.59% ▲2022년 88.86% ▲2023년 3분기 77.50%다. 아직까지 의존도가 높은 편이지만 90%가 넘던 시절과 비교하면 점진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낮아진 비중만큼 DGB생명·캐피탈, 하이자산운용 등의 존재감이 올라가는 중이다.
대구은행 편중 수익 구조 탈피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김태오 회장은 2019년을 기점으로 ‘디지털 전환’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해당 도전의 핵심은 대구은행 뱅킹앱인 ‘IM뱅크(2015년 출시)’였다. 2019년 해당 앱의 뱅킹·알림·인증·보안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주요 계열사들의 모바일 플랫폼 역량이 강화됐다. 그동안 모바일 플랫폼이 없었던 하이투자증권, DGB캐피탈, DGB유페이 등이 2019~2021년에 모바일 플랫폼을 선보인 것.
하이투자증권은 2019년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HTS), DGB유페이는 2020년 클라우드 기반 결제 서비스 앱, DGB캐피탈은 2021년 10월에 모바일 앱을 내놨다.
약 3년간 이뤄진 김태오표 디지털 전환은 이용 고객과 수익적인 측면에서 큰 성장을 이뤘다. 2020년 100만명 대였던 DGB 디지털 활동 고객은 지난 2022년 292만명으로 3년 새 약 3배 성장했다.
관련 영업수익도 900억원에 육박했다. 2022년 DGB 디지털 영업수익은 878억원으로 전년(560억원) 대비 56.79%(318억원) 급증했다. 200억원 내외였던 2020년과 비교하면 4배 가량 수익이 늘었다.
DGB 측은 “김태오 회장은 명확한 그룹 미래 비전 제시로 디지털 사업 등을 가속화하고, 그룹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비은행 계열사의 지속적인 성장기반 확보로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게 했다”며 “그의 이러한 노력으로 DGB는 총자산 100조원, 당기순이익 4500억원에 이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1978년 외환은행에 입행하며 금융권과 인연을 맺은 김태오 회장은 이번 용퇴로 ‘45년 은행맨’ 행보에 쉼표를 찍게 됐다. 그는 외환은행 입행 이후 하나은행에서 가계영업기획본부장, 카드본부장, 영남사업본부 대표(부행장), 고객지원그룹 대표(부행장) 등을 역임하며 ‘영업통’으로 활약했다.
2012~2014년에는 하나HSBC생명보험(현 하나생명) 대표이사를 지난 그는 2018년 5월 DGB 회장직에 오르며 6년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