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처법의 그늘… “현장은 와보고 떠드는가”
2025-01-15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중처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다. 오는 27일부터 본격적으로 50인 미만 기업에도 적용된다.
당초 중처법은 노동자의 안전을 명분으로 도입됐다. 사업장 내에서 발생하는 재해의 경우 별도의 안전관리규정을 준수하지 않았을 경우 사업주가 법적 책임을 물게 만드는 제도다. 도입 당시 제도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균일하게 듣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도입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제도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조사도 나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는 449건, 45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건, 51명 감소했다. 50인 이상에서는 사망자가 10명 줄었으나 사고는 8건 증가했다. 오히려 법 적용이 유예된 50인 미만에서 더 많이 줄었다. 사망 41명, 사고 42건이 각각 감소했다. 근로복지공단의 보상 승인 기준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도출됐다. 작년 1~9월 50인 이상에선 불과 3명 감소에 그쳤다. 50인 미만에서 39명이 줄었는데 법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에서 51명이나 감소했다. 근로자의 숫자 절대치에서 차이가 존재하지만, 50인 미만 사업장도 안전관리에 힘쓰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사례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아직 준비가 미흡하다고 주장한다. 경기도 시흥시의 한 중소제조업 관계자는 “오는 27일부터 사업장에 중처법이 적용된다. 법과 제도를 만든다는 사람들이 현장의 열악한 상황은 보지도 않고, 법을 다루는가”라며 “납기일을 맞추기 어려울 때는 대표와 임원들도 생산 현장에서 일을 돕는 상황을 알고도 중처법 유예에 반대하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단순히 노동자의 안전을 위하는 법안이고, 안전관리 규정만 지키면 된다는 것이 정치권의 주장”이라면서 “안전관리자 채용에 대한 비용과 시간, 직원들간의 급여 형평성 등은 어떻게 해결할지 의문이다. 자신들의 지지세력 현장만 방문하지 말고, 현실적인 50인 미만 사업장의 현황 파악부터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직 변수는 남았지만, 이마저도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날부터 1월 임시국회가 진행된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갈등이 극대화되는 만큼, 중처법에 대한 관심도가 낮다. 정치권 내 흠집내기에 집중하고 민생현안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입장이다. 50인 미만 사업장 중처법 2년 유예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권은 반성해야 한다. 각자의 지지세력의 주장에만 귀를 기울이고 민생에 집중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 지급하는 보수까지 없애야 한다는 국민들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중견기업에 포함되는 노동자들이 중소사업장의 노동자까지 대변할 수는 없다. 아이가 어른 옷을 입으면 흘러내리는 것이 당연하다. 기울어지지 않는 제도적 균형이 필요하다. 중처법도 민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