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쟁 고집'에 美 골치···압박 수위 고조
멈춤 없는 이스라엘···"승리할 때까지 전쟁 계속" 美 인내심 한계···"더 낮은 강도의 군사작전 필요"
2025-01-15 이태훈 기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100일을 넘겼지만 종전은 여전히 요원하다. 특히 미국은 하마스 완전 제거 목표를 앞세워 전쟁을 지속하려는 이스라엘로 인해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이에 미국은 이스라엘에 저강도 군사작전을 종용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백악관은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내 민간인 피해가 계속되는 것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군사 작전을 저강도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CBS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이스라엘과 (군사작전을) 저강도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해 오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이 그 전환을 위한 적절한 시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스라엘은 이를 위해서 공습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일부 군대를 철수시키는 등 몇 가지 사전 조치를 취했다"면서 "우리는 모든 군사 작전이 더 낮은 강도로 진행돼야 하며, 더 정확한 비율로 표적을 겨냥하고 공습에 덜 의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같은 입장은 최근 이스라엘이 하마스 정치국 2인자를 사살하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함에도 불구, 전쟁 강행 의지를 피력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개전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 "이스라엘은 승리할 때까지 하마스와의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국제 재판소를 포함한 그 누구에 의해서도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P·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고집에 우방인 미국의 인내심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쟁을 지속하려는 이스라엘의 '강경 입장'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14일 알렸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상황은 엉망이고 우리는 꼼짝도 못 하는 상태"라며 "대통령의 인내심은 바닥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만약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의 군사작전 규모를 상당한 수준으로 축소하지 않을 경우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극도로 어려워질 것이라고 악시오스는 전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간 이런 분명한 입장차 등의 영향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후 네타냐후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개전 초기 두 달간은 거의 매일 통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크리스 밴 홀렌 상원의원(민주·메릴랜드)은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바이든 정부에 모욕감을 주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이스라엘과 강도 높게 대화하고 있으며 이 대화는 효과가 있다"면서도, 가자지구의 인도적 문제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에 "그것이 완벽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쟁 100일째를 맞은 14일에도 가자지구에서는 공습과 포격이 멈추지 않았다. 외신 등에 따르면 개적 후 팔레스타인인 인명 피해는 2만4000명에 달하며, 이스라엘로 돌아오지 못한 100여명의 인질의 생사 또한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