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특별법, 이번주 '정부 이송'…尹, 5번째 거부권 행사 '고심'
지난 9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통과 尹, '일방 처리' 유감 표명 후 공식입장 자제
2025-01-15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특별법(이태원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를 놓고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이태원 특별법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유감 표명 이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채 여론을 살피는 모습이다.
해당 법이 이르면 이번주 정부로 이송될 전망인 만큼 이달 말 거부권 행사에 무게가 실린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5번째다. 15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태원 특별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지만, 유감 표명 이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앞서 대통령실은 해당 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같은 날 대변인실 명의 공지를 통해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 여야 합의 없이 또다시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당과 관련 부처 의견을 종합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그간 야당 주도로 처리된 법안에 대해 즉각 거부권 행사 의지를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주가조작 의혹)'의 경우 해당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오전 중 법안이 이송될 가능성에 대비, 오전에 예정된 국무회의를 같은 날 오후로 연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쌍특검법이 이송되자 지난 5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현재 대통령실과 여권에서는 이태원 특별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500명 이상의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경찰 수사를 진행했고, 용산구청장 등 책임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가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태원 특별법 핵심인 특별조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국회의장 3명, 여야 각 4명씩 추천하면서 야권 성향이 강해지는 만큼 공정한 조사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부정 기류에도 불구하고, 이전과 달리 거부권 행사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배경에는 이태원 특별법이 다수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또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특별법 공포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야당이 강행 처리한 쟁점 법안이라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잦은 거부권 행사도 부담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방송3법 개정안(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쌍특검법까지 총 4회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5번째가 된다. 특히 최근 대통령 배우자 비리 의혹과 관련된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한 점도 이태원 특별법에 즉각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성인 1002명을 상대로 전화 설문한 결과(신뢰 수준 95%·표본오차 ±3.1%p, 응답률 14.3%),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부정 평가' 이유 중 '거부권 행사'가 2위를 차지했다.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평가는 긍정 23%, 부정 65%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이태원 특별법이 지난 9일 국회를 통과한 만큼 이르면 이번 주 정부로 이송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사무처는 법률 이송 전에 법체계 등을 확인하는 최종 검수 작업을 진행하는데, 통상 일주일가량 소요된다. 국회에서 제정된 입법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15일 이내 공포 후 효력이 발휘된다. 대통령실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입법안은 다시 국회로 보내져 재의 절차를 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