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K-방산, 지지부진 '수은법 개정'에 발목
수출입은행 지원 한도에 '2차 계약' 미뤄져 4월 총선 이전에 '수은법 개정안' 통과 절실
2025-01-15 이찬우 기자
매일일보 = 이찬우 기자 | 폴란드 정부와 국내 방산기업의 수출 2차 계약이 미뤄지고 있다. 계약 당시 폴란드에 무기 구입에 대한 금융지원을 약속했는데, 한국수출입은행의 자본금 한도로 인해 지원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는 자본금 한도를 35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6개월째 계류 중이다. 설상가상 4월 총선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면서 수은법 개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15일 국내 방산업계에 따르면 업계는 2022년 7월 폴란드와 무기 수출 관련 기본계약을 체결했다. 수출 무기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전투기 FA-50,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 현대로템의 K2 전차 등이다. 이 중 K9 자주포와 K2 전차 물량은 계약을 1차와 2차로 나눠서 체결하기로 했다. 현재 2022년 8월에 124억달러(약 17조원) 규모의 1차 실행계획에 서명했고 2차계약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인데 ‘수출금융 지원’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통상 국가간 무기 거래는 정부 간 계약(G2G)로 진행된다. 수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수출국이 수입국에 금융지원을 해주는 방식으로 거래가 진행된다. 한국의 경우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무기 구매 대금을 저리로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주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수출입은행의 폴란드 무기 수출 지원을 위한 자본금 한도가 꽉 찼다는 것이다. 현행 수은법 시행령에 따르면 특정 대출자에 대한 신용 제공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한다. 지난해 기준 수은의 법정 자본금은 15조원에 불과한 데다 이미 자본금 소진율이 100%에 가까워지면서 정책금융 수요를 적기에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7월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은 수은 자본금 한도를 기존 15조에서 30조로,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양기대 의원은 기존 15조에서 35조로 늘리는 수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 모두 수은의 법정자본금을 30조∼35조원으로 늘려 대규모 수출을 지원하자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30조원 규모의 지원만 되도 2차 계약을 무난히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수은법 개정안은 지난해 기재위 소관 경제재정소위에 올랐지만 당시 '김포의 서울 편입' 이슈 등 여러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병합심사가 미뤄지고 있다. 게다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법안 심사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업계는 수은법 개정안이 폐지될까 우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폴란드 정권이 교체되면서 한국과 계약을 재검토한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어 업계의 긴장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폴란드와의 잔여 계약은 무기 수출에 이어 기술이전, 현지화 등 프로젝트도 논의되고 있어 금융지원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후속 유지, 보수, 정비, 개조 비용까지 합하면 100조원 이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시중은행들과 '신디케이트론'을 제공하는 방식을 추진했다. 신디케이티드론은 여러 금융기관이 차관단(신디케이트)을 구성해 공통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융자하는 집단 대출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이고 폴란드 정부도 한국 정부의 직접적인 금융지원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도 안정적인 수출을 위해 ‘수은법 개정안’ 통과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은의 법정자본금 한도가 30조원 규모로 상향되면 차질 없이 2차 계약을 마무리 할 수 있다”며 “4월 총선 이전에 수출입은행법 개정이 끝나야 정상적으로 계약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