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식품업계, 해외 보폭 더 과감해졌다
한류‧곡물가안정‧수출호조…진출국 교두보 삼아 신영토 확장 가속 수익성 확인, 투자 확대…합작법인 설립 및 해외 제조 거점 증설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식품업계가 올해 해외 보폭을 더욱 강화한다.
그간 국내 식음료기업은 정체된 내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사업으로 활로를 모색해왔다. 올해부턴 초석 다지기를 지나, 본격적인 수익성 극대화에 나섰다. 한류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의 라면·만두 등의 수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국제 곡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드는 등 해외 보폭을 더욱 확대하기에 적기란 평이 나온다.
한국경제의 회복 조짐이 수출 중심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단 전망도 K-푸드 신영토 확장에 힘을 싣는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월호’에서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 조짐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식품기업은 단순 수출 확대를 넘어 현지 생산 거점 구축, 진출 국가를 교두보로 한 개척지역 확대 등에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북미에서는 캐나다, 아태지역은 호주,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우선 진입키로 했다. 현지생산과 ‘국가 간 생산→수출(C2C, Country to Country)’ 투트랙 사업모델을 활용한다. 미국 사업 인프라를 활용해 인접 국가인 캐나다로 진출 계획을 세웠다. 단계적으로 생산 거점도 확보한다는 방안이다. 호주는 현지에 만두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대형 유통채널 입점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태국은 이미 생산 역량을 갖춘 베트남과의 지리적 인접성을 최대한 활용해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설 예정이다.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는 ‘K-할랄 전진기지’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의 경우, 현지 조직을 본부로 승격시킨다. 본부 생산거점에 일본을 포함시켜, 한국, 미국, 아태유럽과 함께 4대 권역 대형화를 시도한다. 지난해 영국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 사업을 시작한 유럽은 핵심국가인 독일과 영국을 중심으로 만두를 대형화한다. 아시안 메뉴 포트폴리오 및 김스낵 등 차별화된 제품 라인업을 폭 넓게 갖춰나갈 예정이다.
농심은 현지 인력 활용을 통한 소매시장 공략을 비롯해, △유럽지역 대형 유통채널 진입 확대 △신흥국 국가별 특성에 적합한 프로모션 활동 등을 통해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유지할 계획이다. 전략거점인 미국‧캐나다‧중국‧일본‧호주‧베트남 지역에서도 지속적인 신규지역 개척에 힘쏟는다. 현지 경쟁자들과 높은 차별성을 가진 ‘辛(신)’브랜드를 필두로, 너구리, 짜파게티 등의 프리미엄 제품을 집중 육성한다.
오리온 베트남 법인은 베트남 내수판매 뿐만 아니라 인근 국가로의 수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베트남 법인에 힘을 실어, 대량 구매 수요가 큰 B2B(기업 간 거래) 판매에 주력하고, 호치민과 하노이 공장의 증축‧증설을 추진해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중국에선 간접영업체제 개선을 지속하고 창고형매장, 온라인 전용 제품을 출시하는 등 성장채널 영업활동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내달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선물 수요에 대응해 파이류 중심의 매출 확대 전략을 선제적으로 펼치는 한편, 비건 육포 등 신규 카테고리 진출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할 방침이다. 러시아 법인도 초코파이, 초코송이와 같은 파워브랜드를 바탕으로 러시아 및 독립국가연합(CIS) 등 주변 유럽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 불닭 신드롬’을 이끌고 있는 삼양식품은 탄탄한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현지 공급 확대 및 맞춤형 마케팅 강화에 주력한다. 일본에선 적극적인 판로 개척을 통해 입점 점포 늘리기에 중점을 두고, 영업활동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현지 트렌드에 맞는 유효한 마케팅 활동,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 국내외 식음료 업계를 비롯한 유통채널 및 외식산업 등과의 활발한 협업을 통해 매출을 증대해 나간단 전략이다. 미국의 경우, 월마트‧코스트코 외 현지 주요 메인스트림 대형 거래처들에서도 곧 입점을 시작 할 예정이다.
대상도 글로벌 전략 기능을 강화하고 해외 제조 거점의 현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2년 1분기 LA 공장 완공을 비롯해, 지난해 2분기 현지 식품 제조업체인 ‘럭키푸드’를 인수하는 등 현지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올해 역시 기존 법인의 현지 제조 기반 확대 및 신규 법인의 제조 인프라를 활용한 김치, 편의식, 소스, 고추장 등의 현지 생산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2분기엔 폴란드 현지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향후 김치공장 건설을 통해 아직 K-푸드의 대중화가 타 지역 대비 덜한 유럽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국 음식에 대한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관심을 발판 삼아, 김치, 고추장, 한식 편의식 등 K-가공식품의 수출 증가세가 굳어졌고, 초기 진입 장벽은 뚫린 상황”이라며 “수익성을 가시적으로 확인한 만큼 올해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현지 생산 거점 구축 등에 투자를 적극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