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툭 하면 한은에 손 벌리는 정부 제동건다
세수 부족에 작년 한은 마통 역대최대..."대출조건 강화할것"
2025-01-16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세수 부족에 허덕이는 정부가 지난해 117조원이 넘는 돈을 한국은행에서 빌린 가운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물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일시차입금보다 재정증권 발행을 우선하고 차입 상환 일정, 규모 등을 사전에 협의하는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16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지난 11일 정례회의에서 ‘2024년도 대정부 일시대출금 한도 및 대출조건 결정(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재정증권을 발행하거나 한은의 일시대출 제도를 활용한다. 이때 한은의 일시대출은 재정증권과 달리 만기도 없고 절차가 간단해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 역할을 한다. 다만 통화량 증가로 물가 관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금통위는 이번 의결을 통해 ‘정부는 일시차입금 평잔이 재정증권 평잔을 상회하지 않도록 관리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세수 부족 등 일시적 자금 부족이 발생했을 때 재정증권을 우선 사용하도록 구체적인 조건을 설정한 것이다. 또 금통위는 ‘일시차입이 기조적인 부족자금 조달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평균 차입일수 및 차입누계액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문구도 삽입해 차입 자체를 최소화하라는 조건도 덧붙였다. 아울러 일시차입의 상환 일정, 규모, 기간 등을 한은과 사전에 매주 협의하도록 명시했다. 한편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해 간 누적 금액은 총 11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 지출이 확대됐던 지난 2020년 대출액(102조9130억원)보다 많은 수치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이다. 대출이 늘면서 정부가 지난해 한은에 지급한 이자도 150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갱신했다. 정부가 지난해 '한은 마이너스통장'을 역대 최대 규모로 이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쓸 곳(세출)에 비해 걷힌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급히 끌어 쓴 일이 잦았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까지 누적으로 정부의 총수입(492조5000억원)에서 총지출(502조9000억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0조4천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말 기준 정부의 한은 일시대출 잔액도 4조원으로 집계됐다. 다 갚지 못하고 다음해로 넘어간 연말 잔액도 2012년 말(5조1000억원)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았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금에도 마이너스 통장처럼 한도가 정해져 있으며 매년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통해 결정한다. 지난해의 경우 통합계정 40조원,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원,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원 등 50조원까지였다. 회계 계정별로 상환 기한도 정해져 있는데, 지난해 말 빌린 4조원의 경우 통합계정으로 분류돼있어 오는 20일까지 상환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3일 4조원을 모두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