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실적 엄살 떨더니 또 ‘성과급 잔치’

은행권 통상임금 200%대 성과급 예고 작년 호실적 거둔 보험권도 대폭 인상 

2025-01-16     이광표 기자
은행과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실적 저하를 걱정했던 금융권이 대규모 성과급 지급을 예고하며 눈총을 사고 있다. 매년 ‘돈잔치’ 비판을 받아온 시중은행들은 물론 지난해 최대실적을 기록한 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가운데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하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 4곳의 올해 성과급 규모는 통상임금의 200%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통상임금의 230%를 올해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성과급 규모를 월 기본급의 281%로 지급한다는 밫침이다. 성과급은 현금(230%)과 우리사주(51%)로 나뉘어 지급된다. NH농협은행도 올해 성과급으로 통상임금의 200%에 더해 현금 300만 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우리은행은 아직 올해 성과급 규모를 확정하지 못했다. 다만 내부에서는 올해 성과급이 200% 전후가 될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 은행은 지난해 평균 300%대가 넘는 성과급을 지급한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에서 은행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졌고 올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서 성과급 규모를 예년보다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줄었다는 은행 성과급 역시 일반 근로자에 비하면 적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2년 기업활동조사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성과급을 지급한 기업은 66.1%에 그쳤다. 그나마 금융보험업의 성과급 지급 비율이 90.5%로 가장 높았다. 운수·창고업 중 성과급을 지급한 곳은 43.7%에 그쳤다. 보험업계도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임직원들에게 대폭 인상된 성과급 지급이 예상된다. 실적이 뛰어났던 대형사의 경우 연봉의 절반 이상 수준의 성과급이 예고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중 대형사인 메리츠화재는 올해 지급할 성과급을 전년 수준에서 인상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지급한 성과급은 연봉의 60% 수준이었는데, 이보다 높은 성과급을 제공하겠다는 방안이다. 삼성화재도 임직원 연봉의 45~50%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성과급이 50%로 확정되면 역대 최고 수준 성과급이다. 삼성화재도 이달 안으로 성과급 규모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업계는 임직원 업적 치하 차원에서 성과급 인상을 미룰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다만 금융권의 성과급 지급 과정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의 지적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대다수다. 지난해만 해도 정부와 금융당국에서 은행권의 성과급 지급을 토대로 '돈잔치'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쓰면서 지적을 가한 바 있다. 당시 은행권은 향후 지급할 성과급을 조정하겠다며 '백기'를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