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개미’, 美 엔비디아·日 캡콤 담는다

올해 들어 미 주식 순매수세 전환...엔비디아 6거래일 연속 ↑ 증권가 “엔저에 게임·반도체주 강세...당분간 자금 몰릴 듯"

2025-01-16     이재형 기자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미국의 기준금리 조기 인하 기대감 등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늘고 있다. 원정개미들은 서쪽에서는 엔비디아를 담았고 동쪽에서는 캡콤을 담았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 개미’들은 올해 들어 15일까지 미국 주식 5억1887만달러(한화 약 689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다만 이 수치에는 자본시장법상 한국예탁결제원에 주식을 예탁해야 하는 기관투자자의 매매 금액이 다소 포함돼 있다. 지난 한해 동안 28억2626억달러 매도 우위를 보였지만, 올해 초부터 매수세로 전환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통화 긴축 완화 기대감으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가 증가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서학 개미의 미국 주식 매도세가 두드러졌지만 이들은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를 주시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작년 한 해에만 238.86% 폭등했다. 올해에도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11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엔비디아 주식 평가액은 47억8099만달러를 기록하며 테슬라(123억1751만달러), 애플(48억5027만달러)의 뒤를 이어 3위에 랭크됐다. 1년 전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애플 주식 평가액은 42억4000달러로 엔비디아(20억달러)의 2배 이상이었으나 현재는 격차가 상당 부분 줄었다. 엔비디아가 AI 특수에 힘입어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넘게 뛸 것이라는 전망도 증권가에서 나온다. 하나증권은 최근 발간한 해외주식 백서에서 엔비디아의 실적 전망에 대해 “AI 발전과 함께 데이터센터 매출액이 급성장하며 2024년 회계연도 매출은 전년 대비 119% 증가할 것”이라며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에도 차량용과 데이터센터향 매출은 견조하다”고 분석했다. 에버코어 매튜 프리스코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AI 특수는 수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엔비디아 순익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주가가 향후 100% 이상 급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가 시총 1위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서학개미는 엔비디아를 주목했다면 일학개미는 게임 관련주 캡콤을 선택했다. 이들은 올해 초부터 15일까지 일본 주식 총 5446달러(약 724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는데, 주식 중 캡콤(117만달러)을 가장 많이 담았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게임과 반도체 부품 관련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백찬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전부터 일본이 게임 산업에 강해 꾸준하게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게임 관련 종목을 많이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의 경우 미·중 갈등 이후 미국 중심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이 생성된 가운데 일본 반도체 기업이 사슬 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 등에 순매수세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통화 정책 향방에 따라 일본 증시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에는 일본 통화정책 정상화에 대한 우려로 주가 조정이 있었는데 이달 들어 일본 임금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아 통화정책 정상화가 지연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유입됐다”며 “통화 정책 정상화 관련 명확한 이벤트가 없으면 일본 증시 강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