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압박’ 실적 좋은 은행·보험사 집중…올해 수익성 발목

'兆단위 상생' 은행권 금리인하 겹치며 실적 경고등 보험료도 대출금리도 내린 보험업계 "역성장 우려" 

2025-01-16     이광표 기자
김주현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새해에도 금융권을 향한 '상생금융'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은행과 보험사들이 지난해 호실적으로 채워 둔 곳간을 '상생'으로 푸는 상황이 계속 연출되고 있다. 은행에 기댄 국내 금융지주는 물론 보험사들까지 올해 수익성 둔화 우려에 직면한 가운데 상생 압박을 견뎌내냐 하는 형국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상생금융에 지출한 비용의 60~80%를 2023년 4분기 실적에 반영할 예정이다. 4대 금융지주와 기업은행, 카카오뱅크 등에서 나오는 상생금융 비용은 1조1000억 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의 실적도 전년대비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투자업계는 최근 이러한 상황을 반영해 금융지주의 실적 전망을 하락 수정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융투자업계의 기대치를 취합한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회계기준 당기순이익은 16조319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년 동기 15조7312억 원 대비 1.9% 증가에 그친 수준이다. 다만 이는 보험계열사를 보유한 금융지주사의 회계기준 변동 사항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전년 실적 대비 증감률이다. 앞서 이달 초까지만 해도 에프앤가이드는 4대 금융지주의 순익 추정치를 17조2316억 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상생 금융 지원에 따른 비용을 인식·반영하며 순익 전망을 1조2000억 원 가량 축소한 것이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현 상황은 실적과 주주 환원에 대한 불확실성을 재차 확대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올해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우선 은행권을 향한 '상생금융'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2조 원+알파(α)'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 방안'에 대한 지원액을 확정했다. 상생금융 방안은 1조6000억 원의 공통 프로그램과 4000억 원 규모의 자율프로그램으로 추진된다. 이 중 5대 은행이 집행하는 비용은 1조5251억 원으로 전체 지원액의 75%에 해당한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 3721억 원 △하나은행 3557억 원 △신한은행 3067억 원 △우리은행 2758억 원 △농협은행 2148억 원 등이다. 분담 기준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이다. 미국의 금리인하가 예고된 점도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고금리 기조가 끝나가면서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 하락세가 실적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다. 조달금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대기업대출 등의 대출 상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금융지주사와 시중은행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상생금융' 지원책을 펼쳐왔다. 지원 규모가 작지 않은 만큼 실적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 보험업계도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대출계약 가산금리 줄인하에 나섰다. 한화생명이 가장 먼저 금리확정형 약관대출에 적용되는 가산금리를 17일부터 인하하기로 했고, 삼성생명과 교보생명도 인하 동참을 계획 중이다. 대출금리 인하는 당국의 상생 압박과 무관하지 않다. 보험료 줄인하도 상생의 연장선이다. 손해보험사들은 다음달 중순부터 자동차 보험료를 2%대 중반 수준으로 인하할 예정이다. 보험업계는 상생금융 차원에서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 폭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내년 실손보험 전체 인상률 평균(보험료 기준 가중평균)은 약 1.5% 수준이다. 지난해 약 14.2%, 올해 약 8.9% 인상됐던 것과 비교하면 인상 폭이 크게 줄었다. 문제는 보험업계도 올해 수익성 둔화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계속되는 상생 요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보험산업 수입(원수)보험료는 전년 대비 2.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권별로는 생명보험의 수입보험료가 전년 마이너스 10.1%(예상치)에 비해 10.7%포인트(p) 오른 0.6%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보험의 원수보험료는 전년 6.7%에서 2.3%p 낮아진 4.4%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생‧손보 모두 성장이 둔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보험업계의 저성장 원인으로는 보험업권을 둘러싼 환경이 비우호적이라는 점이 꼽힌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올해 GDP 성장률은 2%대, 민간소비 증가율 역시 2% 내외로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계의 보험가입 및 유지여력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관련 자산 부실화 위험이 지속되며 건전성 및 투자손익 관리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기평 관계자는 "생명보험의 경우 지난해 초 저축성보험 취급이 크게 증가한 기저효과로 저축성보험의 역성장할 것"이라며 "보장성보험의 경우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를 위한 영업강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가입여력 저하와 기저효과가 신계약 증가 폭을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